내년 불황 전망에 절박한 신규 먹거리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비즈니스 강화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코로나19는 카드업계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바꿔 놓았다. 올해 카드사들은 은행권 가계대출규제 쇼크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이 더해지면서 역대급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비대면 흐름을 타고 급성장한 간편결제업체들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14번째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본업의 경쟁력은 더 약화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선점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커졌다. 카드업계는 그간 차할부금융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해외사업을 넓히며 수익 다각화에 힘써왔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온 카드업계에 금융당국은 '종합페이먼트사 설립'과 '겸영·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약속했다. 새로운 영역을 찾아야 하는 카드사에 신사업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 내년 실적 전망 '빨간불'···적격비용 제도 개선TF '주목'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올해 각 카드사들은 모두 두자릿수대 실적 상승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 실적 전망은 올해와 달리 어둡다. 올 한해 뜨거웠던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로 결정됐을 뿐 아니라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에 따라 금융상품 수익 감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서비스·기타 영업비용 절감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연회비 대비 혜택이 많아 '혜자카드'라고 불리는 인기 신용카드 상품의 단종이 시작됐다. 신한카드는 지난 2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2월31일부터 더모아카드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빅플러스(Big Plus)GS칼텍스애경', '2030 우체국멤버십', '레이디(Lady) 교육사랑'의 신규 발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손실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2019~2020년엔 1317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당국도 잇따른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공감했다. 소비자 혜택 축소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만큼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 내년 1분기 중 출범시킬 계획이다. 업계와 노조 모두 해당 TF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면서도 제도 정상화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실적을 주도했던 카드론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업계는 금리 인상기가 이미 시작됐고 DSR 규제도 내년부터 적용되면서 카드론 조달비용과 금리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악재만 남은 상황이라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요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롯데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등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내년 마이데이터 경쟁 본격화···종합페이먼트사 설립 준비
이 때문에 내년엔 업계 지형도가 바꿀 수 있는 변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실적도 챙겨야 하는 동시에 향후 10년을 내다 보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먼저 '마이데이터 시장'이 카드업계 패권을 좌우하는 주요 승부처로 떠오를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함께 금융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카드사 중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곳은 국민·우리·신한·하나·현대·BC카드·롯데 등 7곳으로, 삼성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들 카드사는 시범 운영 기간 중 '생활 밀착형 플랫폼', '통합 브랜드 출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국 마이데이터 전략은 카드사들의 숙원인 '종합페이먼트사 설립'과 맞물려 있다.
당국은 카드사의 다양한 신산업 진출, 수익원 발굴 등을 통해 지급결제 분야에서 건전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공식화했다. 이 지원안의 핵심이 바로 '데이터 분야 규제 합리화'와 '겸영·부수업무 확대'다.
이에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 기업으로서 나아가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소비밀착형 생활금융사업과 비금융 혜택까지 제공하는 라이프사업, 가맹점 운영 지원을 종합 제공하는 개인사업자금융사업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카드업계의 노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금융당국이 규제를 낮춰 주겠다는 지원 방향을 밝힌 만큼 카드사들이 데이터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