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현실화되나···실효성 논란 등 산넘어 산
尹 당선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현실화되나···실효성 논란 등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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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이전 효과 검증 '미흡'
전문가들, 국책은행 경쟁력 약화 '경고'
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실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국책은행을 이전할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내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이를 이끌 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가 선임되는 등 차기 정부의 지역공약 추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을 놓고 실제 실행될지에 업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동력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지난 4월 부산 유세현장에서 "산업은행 하나 가지고는 안 되고 대형은행과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비서실장이 부산에서만 3선 의원을 지냈고, 지역균형발전특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교수는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사업을 설계하기도 했다.

차기 정부가 제2도시인 부산의 경쟁력을 키우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윤 당선인 측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면 침체됐던 지역산업이 되살아나고, 인구가 유입되는 등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직전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이전을 약속한 적이 있는데,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장제원 의원이 그 공약을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며 "산업은행 이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실제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없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효과와 비수도권 성장잠재력 등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는 오히려 지방 이전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10조원을 들여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했음에도 인구유입이 이뤄진 혁신도시는 전국 10곳 중 단 2곳에 불과했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에 필요한 지식기반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었다.

이런 가운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기존 전통제조업에서 지식기반제조업으로의 산업 전환이 지연되는 탓에 전국 권역들 중 성장잠재력지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전국 6개 권역 성장잠재력지수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인 동남권은 2020년 기준 0.867로 6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산업은행이 이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적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뿐 아니라 벤처육성, 투자유치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관장하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지방 이전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산업은행뿐 아니라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는 다른 국책은행들도 같은 이유로 지방 이전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캠코, 한국거래소 등이 이미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옮겼는데, 실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검증이 되지 않았고,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태"라며 "우리나라 모든 정책의 중심지는 서울이고 그 중 금융이 모이는 곳은 여의도인데, 굳이 이곳을 떠나 인프라가 없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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