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각종 대출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1인당 5000만원으로 제한했던 마이너스통장은 물론, 전세자금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대부분 규제가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시행 이전으로 돌아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마통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별로 8000만~3억원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마통 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억원까지 풀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출 조건을 완화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은 1억원으로, 전문직군 대상 상품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각각 늘렸다. 하나은행도 올해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대 은행들은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분 만큼만 내줬던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의 80%'로 높이고 대출 신청 기간도 연장한 바 있다.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나선 것은 지난해와 달리 최근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705조2932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6441억원 감소했다. 올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어 이례적으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과 올해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큰데, 실적의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이 줄어들자 실적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영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에선 이런 움직임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누증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사실상 대출을 틀어막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금융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 규제 폐지를 비롯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향, DSR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