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풀리지만···치솟는 금리에 '그림의 떡'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풀리지만···치솟는 금리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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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개인 신용대출 한도 '30~270%'로 변경
국민, 연봉의 2배까지···주요 은행도 최대한도 검토
5대은행 금리 연 4.60~5.07%···체감효과 '반신반의'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 신용대출 한도가 이달말 종료되면서 주요 시중 은행들도 '개인 신용대출 한도'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됐던 규제가 풀리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충족하면 연소득의 최대 2.7배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수요자들의 목줄을 죄던 규제가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출금리 탓에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신용자들조차 4%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당장 7월부터 DSR 3단계가 시행되는 만큼, 규제 완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내달부터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신용대출 관련 연소득 규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개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기존 ‘10~100%’에서 ‘30~270%’로 변경하기로 했다. 연소득의 최대 2.7배까지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소호대출) 한도도 '연소득의 305%'까지 상향조정했다. 단, 개인 신용대출과 소호 신용대출이 각각 2억5000만원, 1억60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KB국민은행은 내달부터 신용등급·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대 연봉의 2배까지 신용대출을 내줄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최대 연소득 200%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할 방침이다.

같은 날 일제히 신용대출 한도를 늘릴 신한은행, 하나은행,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은 구체적인 한도에 대해 논의 중이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최대한도를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줄줄이 신용대출 빗장을 푸는 것은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 효력 기한이 끝났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8월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12월엔 이 내용을 금융행정지도로 명시, 효력 기한을 올해 6월30일로 뒀다.

당국의 압박에 대대적인 대출 축소에 나섰던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의 자금 마련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DSR 기준만 충족하면 은행권에서 다시 연봉보다 많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규제가 다음 달부터 풀리는 만큼, 내부적으로 최대한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구체적인 한도를 정해 고객들에게 공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섭게 오른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연 4.60~5.07%로 3%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용등급 1~2등급인 고신용자도 4%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12%로 나타났다. 1년 사이 1.47%p 뛴 수치다. 대부분 은행이 4% 금리를 적용했으며 3%대 금리는 하나은행(3.75%) 한 곳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빚투(빚내서 투자)'는커녕 신용대출 수요도 급감하는 추세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으로, 지난해 12월(139조5572억원)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행보가 더욱 빨라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현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2.75~3%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여기에 연동한 대출금리도 올라, 연말에는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9%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라면 모를까 금리 상승기에선 대출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DSR 강화와 함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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