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악순환에 국민경제 '비상등'···소비위축 우려 커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 7%를 돌파한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내 8%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국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93~7.101%로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5대 은행 중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최고금리가 모두 연 7%를 넘어섰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최고금리도 6%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어 곧 7%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대출금리를 앞다퉈 낮췄음에도 최근 다시 급등한 것은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6일 연 5.127%로, 12년 만에 5%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0년 3월 2일(연 5.14%) 이후 12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미국 긴축 강화, 영국 파운드화 급락 등의 여파로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금융채도 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날인 27일에는 5년물 금리가 연 4.944%로 소폭 낮아졌지만 최근의 글로벌 긴축 상황에서는 언제든 다시 5% 이상으로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채 금리 상승은 주담대 변동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은행들이 조달한 자금의 비용을 바탕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금융채 기반의 조달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상승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0~6.815%로, 최고금리가 연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 8%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금리가 8%대를 기록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이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75%p 인상)에 나서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흐름을 봤을 때 주담대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무섭게 뛰면서 대출자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외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93~7.44%로, 8%를 향해 오르고 있다. 주담대, 신용대출 등 가능한 대출을 모두 끌어모아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부담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p(포인트) 오르면 가구당 이자부담이 연간 70만1000원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준금리를 2%p 올린 것을 고려하면 가구당 이자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커졌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환율·고물가까지 겹친다는 데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13년6개월여 만에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의 달러 강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직결된 만큼 금리·환율·물가가 동시에 오르는 3고(高)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치솟는 물가와 빚 부담은 소비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7%가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소득 불확실성은 확대되는데 반해, 식료품 등 생활물가는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