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국민은행을 어찌할꼬
'뚱뚱한' 국민은행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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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부담…비용효율성 최저수준
지주사 전환 임박…구조조정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지난 3월말 기준 총자산 245조원으로 가까스로 '리딩뱅크'를 수성한 국민은행이 국내 영업망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위 우리은행(236조원)과의 격차가 10조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해 영업전략에서 상반된 측면이 엿보인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대한 인력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영업망 집착, 왜?
국민은행은 올해 12개의 국내 영업점을 추가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 32개를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국민은행의 연말 국내 영업점수는 1255개로 확대된다.
▲     © 서울파이낸스
지난해말 현재 869개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50개 영업점을 신설할 예정이다. 올해 44개의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하는 국민은행보다 6개 많지만 전체 지점수로 보면 여전히 300개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국내 영업전략에서 보면 두 은행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해외영업망 확대에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39개의 해외영업점을 보유한 우리은행은 올 연말까지 54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 들어서만 3개의 해외영업점을 추가로 신설했다.
반면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지난해말 해외 영업점수는 9개에 불과하다. 올 연말까지 하얼빈, 쑤저우 등에 2개를 추가 신설할 계획이지만 우리은행의 1/5 수준에 그친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해외보다 국내 영업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의 '리딩뱅크' 수성에 대한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국민은행은 지난 수년동안 은행 고유업무인 여·수신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 우리은행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은 143조6217억원으로 2005년말 대비 9%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에서는 같은 기간 22.4%에서 21.7%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원화예수금은 78조3233억원에서 107조6536억원으로 37% 급증했으며, 시장점유율도 13.4%에서 16.3%로 치솟았다.
 
■비효율성 SOD가 원인(?)
국민은행이 국내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리딩뱅크 수성 외에 다른 측면의 해석도 가능하다. 여타 은행에 비해 인력 효율성이 떨어져 영업망 확대를 통해 인력을 분산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올 초 국민은행이 이례적으로 상반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은 것도 이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     © 서울파이낸스

실제로 지난 3월말 현재 은행별 1인당 생산성 부문에서 국민은행은 은행권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효율적인 은행으로 평가받은 외환은행의 경우, 직원 1인당 평가 순이익이 3607만원이었지만 국민은행은 2388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직원 한명이 한해동안 평균 3607만원을 벌어들였다면, 국민은행 직원 한명이 벌어들인 수익은 외환은행의 70%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미래에셋 이창욱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저조한 비용효율성은 최근 인건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업계내 부산은행 다음으로 가장 높으며, 직원 1인당 자산규모도 대형은행 중 가장 작다"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높은 인건비의 주요 요인을 ▲타행대비 높은 리테일고객 비중 ▲인력소요가 많은 SOD(영업점업무분리)제도 등으로 꼽았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 SOD제도 시행 이후 최근 2년동안 정규직 약500명, 계약직 약 1500명이 추가로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하나은행 등이 업무별로 분리돼 있던 은행내 개인영업 창구를 다시 통합시키고 있는 움직임과도 대비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고객들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영업점장 전결로 상당창구와 VIP창구를 통합시키거나 칸막이 자체를 없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SOD제도는 은행 내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제도철폐를 둘러싼 노사간 지루한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SOD제 도입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SOD제도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뱅크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평가 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정착을 당부했다. 반면 노조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화를 정당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대농성을 이어갔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SOD제도로 비대해진 인력구조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외국은행 대비 내점고객수가 많은 국내 은행의 현실에 SOD제도는 창구 영업력 저하를 초래한다"며 "향후 국민은행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운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9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인력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하에서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은행산업의 특성상 인력 구조조정이 탄력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며 "만약 현 인력 대비 10% 수준의 인력만 절감하더라도 연간 약 2300억원 수준의 비용절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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