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패션계에서는 Y2K(year 2000·세기말)패션 열풍이 거세다. Y2K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밀레니얼 패션을 뜻한다. 최근 몇 년 새 유행하는 Y2K는 복고를 새롭게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 트렌드와 결이 맞아 떨어진다. 뉴트로는 새로운과 복고풍의 합성어로 과거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주요 패션 기업은 뉴트로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자 Y2K 트렌드에 맞춰 1990~2000년대 유행했던 패션 브랜드를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다시 재출시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가 진행했던 기존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기 위함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더욱 개성 있고 활용도 높은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엘에프(LF)는 지난 4월 17일 티피코시를 15년만에 재출시했다. 티피코시는 90년대 초·중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시장 호황기를 이끌었던 브랜드다. 힙합·레게·락·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대표적으로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배우 김남주가 모델로 함께한 화보·티브이(TV) 광고와 '티피코시 하여가' 광고노래(CM송)로 인기를 모았다.
LF는 10대부터 20대의 자유분방한 패션 감각을 티피코시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했다. 새롭게 재탄생 한 티피코시 또한 티피코시가 힙합, 레게, 락, 클래식 등 음악과 패션을 접목해 선보였던 것과 같이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패션에 접목시켜 나갈 예정이다. LF에서 티피코시를 운영하는 팀 또한 독특하다. 기존에 티피코시에 대한 정보가 없고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과장부터 사원급의 직원들로 티에프티(TFT)를 구성해 약 9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재출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프엔씨(FnC)부문(코오롱FnC)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를 재출시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1981년 헤드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2009년 판권을 사서 국내 사업을 전개하다가 2019년 판매를 중단했다. 코오롱FnC는 테니스와 스키 카테고리를 강화해 테니스 의류·라켓을 주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의 럭츄도 출시했다. 초록색으로 뒤덮인 털과 코가 붙어있는 신규 캐릭터를 선보였다. 럭츄라인의 열쇠고리(키링) 인형은 Y2K 트렌드 맞물려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 중이다. 해당 티셔츠의 경우 출시 1달도 안돼서 100%에 가까운 판매고 기록했다.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을 뜻하는 블록코어도 Y2K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블록코어(Blokecore)는 사내(Bloke)와 평범한 멋(Normcore)을 합쳐서 만든 뜻이다. 축구 유니폼을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과 연출한 스타일을 말한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의 온라인 주력 라인 새드스마일은 블록코어 트렌드를 반영했다. 페퍼로니 서울과 새드스마일 사커 티셔츠를 출시했다. 데님 같은 클래식한 소재는 Y2K 트렌드를 만나 개성 있는 스타일로 진화했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모티브로 한 카고 디테일도 활용도 높은 스타일로 변형됐다.
2000년대에 유행했던 카고바지가 다시금 트렌드 반열에 올랐다. 카고바지는 군복에서 유래돼 실용성과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해 많은 주머니가 달린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포켓 디테일이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코오롱FnC의 에피그램의 여성 카고바지는 주머니 디테일을 살린 입체 아웃 포켓 장식이 특징이다. 코튼혼방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나다.
주목할 것이 있다면 올해는 카고가 바지에 머물지 않고 스커트까지 나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보브 등에서도 에이치(H)라인의 카고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다. 특히 1999~2000년에 유행했던 코르셋·뷔스티에를 비롯해 티셔츠까지 배꼽과 배·허리선을 드러내는 크롭탑이 현대적인 버전으로 다시 부활했다.크롭티 외에도 셔츠·베스트(조끼)·후드티·재킷까지 짤막한 크롭 기장으로 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