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4조 적자로 재무구조 악화···BIS비율 2.85%p↓
"HMM 지분인수 의향 기업 있어···연내 SPA 가능"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산업은행에는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이전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한 가운데 조직 갈등, 국회 산은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에서도 본점 부산이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점 부산이전, 한국전력 적자에 따른 산은 재무구조 악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HMM 지분매각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강 회장은 먼저 본점 이전과 관련해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달성할 것"이라며 "본점 이전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이전 논의는 산은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체한다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역할에서 지역성장, 동남권 경제 성장이란 추가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에 맞는 조직과 운영체계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외부 회계법인에 부산이전 효과,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 등의 컨설팅 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달 말 마무리될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컨설팅 내용에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핵심 기능을 서울에 남겨두고, 나머지 부문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전 추진으로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데 대해선 직원 전문성 강화 교육 등의 대안을 마련하겠단 계획도 전했다. 산업은행에선 지난해에만 97명이, 올해 5월까지 37명의 퇴사자가 발생했다. 과거 연평균 퇴사자 수가 4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본점이전 논의 후 인력 이탈 규모가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강 회장은 "직원 이탈은 금융공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본점이전 논의가 일정 부분 조금 더 많은 이탈을 가져오게 한 요인인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예산에서 교육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처를 했고, 직원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순환보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문제는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에서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주요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만 남은 상태다. 경쟁당국의 심사절차가 까다롭지만 강 회장은 두 항공사 합병 무산 가능성과 무산 이후의 플랜B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무산 이후의 상태를 대비할 게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이를 위해 올해 1월 EU 경쟁당국과 합병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지난달 미국 법무부(DOJ) 담당과 만나 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심사절차가 남은 해외 경쟁당국에서 슬롯(시간당 이착륙 권한) 축소를 요구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항공사를 합병하게 되면 슬롯 축소에 대한 요구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축소 규모를 얼마나 할지가 중요한데, 해당 부분에 대해 (축소 규모를 최소화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 지분매각과 관련해선 현재 매각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몇몇 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태핑을 해본 결과 HMM 주식인수에 관심이 있는 후보군들이 없지 않았다"며 "잔여지분 처분 방식 등은 모두 매각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라 확정된 바는 없고 거래 당사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HMM 지분 인수자 조건에 대해선 "HMM 인수를 통해 대한민국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거기에 수반하는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주체가 인수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국전력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에 대해선 정부, 국회와 협의해 추가 출자 등의 자본확충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어, 한전이 적자를 내면 지분법상 손실인식이 불가피하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24조4199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그 영향으로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2020년 말 15.96%에서 올해 1분기 말 13.11%로 2.85%p(포인트)나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의 BIS비율 권고치 13%를 겨우 넘긴 것이다.
강 회장은 "충분한 정책수행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한편 정부, 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며 "산업은행 자체적으로는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더 발행하고 배당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정부 당국자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