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연속 오른 물가·'역대 최대' 가계 부채에 매파 기조 유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진정세를 되찾던 물가상승률이 반등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월에 이후 6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동결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0명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10명은 0.25%포인트(p) 인상을 예상했다.
동결전망의 주요 근거는 높아진 시장금리다. 금투협 관계자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며 "또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금리동결에 대한 전망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둔화 우려 역시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예상했고, 내년 전망치를 2.2%로 기존 전망치 대비 0.1%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 주요 기관들 역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 밖에 고금리 상황 속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가계부채 등도 동결결정을 지지했다. 상반기 취약차주가 300만명에 달한 가운데 섣부른 금리인상은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최대치인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청산)을 위해서라도, 현재 고금리 수준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물가상승률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둔화됐지만, 2개월 연속 확대되며 3.7%까지 반등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은의 예상경로를 소폭 상회한다.
이처럼 물가가 다시 치솟은 것은 국제유가가 들썩여서다. 앞서 한은은 올해 하반기 평균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 전망치를 배럴당 84달러, 내년엔 배럴당 83달러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탓에 브렌트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90달러 내외로 기존 전망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이 1360원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높다. 현재 선물시장에서 연준의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60.8%)이 가장 유력하며, 내년 7월 인하 전까지 현재 금리 수준(5.25~5.5%)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팔 전쟁 등의 불확실성 속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한은 금통위 역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유가 상승세는 경제전망의 기본 가정을 상향해야만 하는 변화다. 금리를 동결해도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가 높아졌지만 가계대출도 여전히 증가세다.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주담대 중단 등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10월 이후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긴축 고삐를 늦추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