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 연준 금리인하 시사에도 진퇴양난 한은, 왜?
[초점] 미 연준 금리인하 시사에도 진퇴양난 한은,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금리 정점"···점도표 상향, 내년 세차례 인하 시사
"인하는 3분기"···가계부채·고물가 등에 고금리 장기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방준비제도, 한국은행)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방준비제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리인하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한데 이어, 내년 세차례의 금리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직후 주가가 상승하고 미국채 금리와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등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 입장에선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부담은 해소됐다. 다만 고금리 기조속 불어난 가계부채와 견조한 물가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인상도 인하도 버거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 연준···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연준은 지난 12~13일(현지시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과 같은 5.25~5.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9월 이후 3회 연속 동결로, 시장예상과 부합한다. 

주목할 점은 연준의 태도 변화와 점도표다. 이번 성명문에서 경제성장세에 대한 평가가 '강함(strong)'에서 '둔화(slowed)'로 수정됐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지난 1년간 완화됐다는 표현을 추가하는 등 경제지표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가 정점이거나, 그 근처에 가깝다"며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중단됐음 시사했다. 나아가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인정하면서 "물가가 목표치(2%)에 도달하기 전, 제약적 정책을 축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 역시 '피벗(정책선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4.5~4.7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현재 금리(5.25~5.5%) 대비 세차례 금리 인하(0.75%p)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시장은 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는 '매파적 동결'을 예상했으며, 추후 수정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번 점도표상 금리 인하 횟수는 2차례 내외로 그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시장 기대보다 훨씬 완화적이란 평가다.

그 결과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부각됐다.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3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65.9%로 전일(39.7%) 대비 26.2%p나 상승했다. 또한 최대 다수(36.7%)가 내년 최종금리로 3.75~4%를 전망, 여섯차례(1.5%p)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인상도 인하도 못하는 한은···금융안정 리스크 '부각'

이처럼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불거지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이후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선 금리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치인 2%p까지 벌어졌으며, 환율이 반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조기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된 셈이다.

문제는 한은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 필요성이 연준에 비해 크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부문의 리스크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 수준은 3.5%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내 가계신용잔액은 3분기 기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가폭도 전분기 대비 14조3000억원이나 불어나며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확대된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청산)을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기업과 가계의 상환부담이 확대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 한은은 지난 11월 내년 경제전망치를 2.1%로 0.1%p 낮추면서 "수출 회복세에도 고금리 영향 등으로 내수회복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불확실성에 '고금리 장기화' 고수···금리 인하는 내년 3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도 높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가는 과정"이라고 언급하며, 고금리 충격이 불가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견조한 물가도 걸림돌이다. 한은은 지난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3.6%, 2.6%로, 0.1%p, 0.2%p씩 상향 조정했다. 기조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지속되겠지만, 국제유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11월 금통위 의결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문구가 삽입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금리 인상과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차단하며, 현재 수준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월 당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주장했던 금통위원은, 11월 인하 가능성을 철회하기도 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수출 개선에 따른 경기 회복세나 잔존한 물가위험, 가계부채의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통위의 정책 전환 논의는 연준 금리 인하에 후행해,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금통위에서 여전히 물가가 통화정책의 핵심변수로 나타난 가운데, 한은은 근원물가가 2%에 수렴하는 시점을 최소 내년 하반기로 전망했다"며 "종합하면 금통위는 최소 6개월 간은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내수 기여도 역성장 등을 고려하면 내년 3분기 인하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