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금통위] 예단하기 힘든 '라스트 마일'···9회 연속 동결 '무게'
[미리보는 금통위] 예단하기 힘든 '라스트 마일'···9회 연속 동결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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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금통위 'D-2'···채권전문가 전원 '만장일치 동결' 예상
물가 불확실성↑ 및 美 조기인하 무산···하반기 인하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지만, 물가 둔화 흐름에 제동이 걸린 데다 중동리스크에 국제유가가 반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후퇴한 것도, 금리 인하 유인을 낮췄다. 시장에선 금리인하 시기를 하반기로 점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한은 금통위가 오는 22일 진행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9회 연속 동결이다. 특히 지난 1월 금통위 통방문에서 '추가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문구가 삭제됐던 만큼,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눈은 금리 인하시기에 쏠려있다.

◇물가 불확실성 확대···유가·가계부채 등 변수 산재

이번 동결전망의 주요 근거는 물가 불확실성이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나 둔화됐다. 작년 7월 이후 반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반면 물가상승압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에 3%를 기록, 전월 수준에 머물렀고, 물가전망지수(144)는 한달새 1p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에도, 농산물· 외식 서비스 등의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 물가상승률을 보면 농산물 물가는 전월 대비 5.6% 증가했으며, 신선어개(생선·해산물)·과실·채소 등 계절·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한달새 5.9%나 상승했다.

특히 최근 중동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최고치로, 지난주에만 3% 넘게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압력이 확대된 상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할 것이란 전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며 "내수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성장률 전망 또한 크게 변화를 줄만한 요인은 없다. 향후 인하 가능성을 열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 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재경신한 가계부채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원이나 증가했다. 기타대출이 8조7000억원이나 급감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이 15조2000억원이나 급증한 영향이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은 금통위 입장에선 딜레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돼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다고 인하할 경우엔 가계부채 확대나 물가 반등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고민은 지난 금통위에도 드러난다. 1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제 사견으로는 향후 6개월 정도는 금리인하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인하를 했을 때 경기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이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화 당국의 목표 물가 달성의 마지막 구간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의 경로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美 연준 조기인하 기대 후퇴···인하시점은 하반기?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의 둔화)이 더뎌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금리 인하를 단언키 어렵게 만든다.

지난 1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1%, 근원물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2.9%, 3.8%)를 웃돌았다. 특히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전월 대비 0.3%, 근원 PPI는 0.5%씩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조기인하 기대감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인하(-25bp) 기대감은 8.5%로, 80%를 웃돌았던 지난달과 비교에 1/10로 줄었다.

5월 금리인하 전망치도 33.5%에 불과해, 사실상 6월(51.7%)은 돼야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금투협 관계자는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개시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다"며 "이로 인해 미 국채금리도 상승세를 보였으며, 2월 기준금리 동결 예상도 만장일치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치인 2%p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현재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조건은 연준의 인하 신호와 물가·가계부채 안정 등 대내외 조건이 모두 필요한데, 1월 이후 해당 조건들의 달성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연준의 인하 신호가 약해졌다. 금통위 스탠스가 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국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며, 인하 이후에도 긴축 정책의 완전한 퇴장까지 추가적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인하 시점은 7월, 최종금리는 3.25%로 전망한다. 정책 관련 기대는 3월 이후에 다시 꿈꿔도 늦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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