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시장 진출 등 악재···"실질적 지원책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 "올해까지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2월 정기 이사회에서 알뜰폰 협회 회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최근 통신 시장을 둘러싼 정부 정책이 알뜰폰(MVNO) 업계의 시장 위축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를 둘러싼 여러 현안을 두고 개선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알뜰폰 사업을 촉진하고 장려해줄 수 있는 법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이 굉장히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해 알뜰폰 도매대가 의무제도 일몰제가 상설화됐지만 내년부터는 사후규제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도매제공의무사업자와 협상에 나서야 하고, 플랫폼·금융권의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며 "알뜰폰 생태계 보호를 위한 호소조차 가감없이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사업자들이 안고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존 일몰제로 운영되던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했다. 또 정부가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회사를 대신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던 것과 달리 알뜰폰 회사들이 개별 협상에 나서도록 하고, 공정 경쟁이 저하됐다고 판단될 때 정부가 개입하는 사후규제를 도입했다.
해당 정책은 1년 유예를 전재로 하기 때문에,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협상에 나선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SKT의 영업보고서 및 손익계산서 등을 바탕으로 협상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 입장에서는 올해를 실질적인 마지막 협상으로 보고 최대한 도매대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KB국민은행 등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두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명수 스마텔 대표는 "알뜰폰 사업이 금융위 부수업무로 지정되며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 허가를 받게 됐고, 우리은행에서도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며 "중소알뜰폰 사업자는 여러 대기업과 제4 이동통신사의 출현, 단통법 폐지 등으로 입지가 크게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들의 경우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유지하고 도매대가 이하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상생에 나서왔지만, 금융권은 도매대가 90%라는 금융위의 허용 범위를 넘어 70~80%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책으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내놓은 만큼, 사업자들이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가입자 유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7월 △알뜰폰 시장 활성화 △요금제 선택권 확대 △단말기 추가지원금 상향 △제4 이동통신사 시장 진입 등의 내용이 담긴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권 부수업무 허용과 이동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의 중간요금제 신설, 제4 이동통신사 유치, 단통법 폐지와 전환지원금 등 일부 정책이 오히려 알뜰폰 시장의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장희 큰사람커넥트 모바일사업부(전무)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제한 데이터 기준으로 최근 5년간 도매대가가 인하되지 않았다"며 "사업자들이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를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 "데이터 대량 구매 시 단가를 낮춰주는 데이터 선구매 제도에서 데이터 10TB 구매 기준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은 3% 내외"라며 "기존 월 단위 구매 제도를 연 단위 사용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이통사들과 협의해준다면 소비자들도 눈높이에 맞는 요금제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