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혼소송이 아니다"···최태원, SK 명예회복 숙제 떠안아
"더 이상 이혼소송이 아니다"···최태원, SK 명예회복 숙제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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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대 재산분할 근거 '6공화국 비자금·특혜'
'정경유착으로 성장' 꼬리표···기업 이미지 '치명타'
崔, 상고심서 '노태우 특혜 없었다' 증명 집중할 듯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재벌가 부부의 이혼을 넘어 SK그룹의 성장스토리를 증명해야 하는 싸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 측이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가운데 원심 확정 판결이 나게 될 경우 'SK그룹은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오명을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SK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최창원 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같은 날 SK그룹 사내 포털망에도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 1심 판결을 뒤집고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여원이 SK로 유입돼 태평양증권 인수에 쓰였고 이것이 그룹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노 관장 측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회장이 1991~1992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낸 어음금액 50억 원의 약속어음 6장(총액 300억 원)은 노 전 대통령 측이 1991년 경 최 전 회장에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그 증빙의 의미로 받은 것이고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최 전 회장에게 유입된 자금은 최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개인 자금과 섞여 직접 사용하고 처분 권한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암암리에 제기된 SK와 6공화국의 관계를 공식화한 셈이다. 최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태평양증권 인수는 계열사 자금을 이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SK가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지만,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SK가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재판부는 SK그룹이 현재 우리나라 2위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보호와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당시 재산분할 금액이 665억원이었으나 항소심에서 20배 가까이 뛴 배경도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서 노 전 대통령과 6공화국의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의 불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혼소송에서 비자금의 불법성 여부는 다툴 사안이 아니며 이미 공소시효(5년)도 지났다. 이번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1995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돈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노 관장 측의 이 같은 비자금 유입 주장을 받아들인 법원 판결에 대해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노 전 대통령)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現 SK텔레콤)을 인수한 것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다. 1992년 SK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대통령 사돈에 대한 특혜 의혹에 제기되면서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정치적 이슈로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민영화 이후 이전보다 4배 오른 가격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사정을 강조하며 통신사업에서 노 전 대통령의 특혜와 보호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액을 현금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주식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어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최 회장의 보유 주식 중 절반 이상이 담보로 잡힌 상태이며 대출금도 4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해 SK실트론 등 계열사 지분 매각도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고심에서 원심 확정 판결을 내린다면 최 회장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을 해야 하지만, 그보다 선대회장이 이룬 기업이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꼬리표를 평생 떠안게 된다"며 "1조3000억원대 재산분할보다 자신 때문에 선대회장이 이룬 회사가 망가지는 게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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