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3.3%에서 상반기 2.9%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 상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에 대해 완만한 둔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 중 2.5%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경로 상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나타냈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먼저 한은은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3월 3.1%까지 상승키도 했지만 5월 기준 2.7%까지 둔화된 상태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작년 말 2.8%에서 지난달 2.2%로 둔화되는 등 기조적 물가지표들도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 물가상승률은 2.92%로,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0.35%포인트(p) 하락했다.
이 중 품목별 기여도 변화를 보면 먼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기여도는 각각 0.74%, -0.01%로, 작년 하반기 대비 0.36%p, 0.41%p씩 확대됐다. 반면 공업제품(0.7%)과 전기·가스·수도(0.17%), 서비스(1.31%) 등의 기여도는 모두 줄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농산물 가격은 최근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였으며, 석유류 가격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3월부터 상승 전환하는 등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 오름세의 둔화는 상반기 중 물가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며 "전기·가스·수도요금도 상반기 중 동결되면서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반인 단기(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5월 기준 3.2%로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였으며,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도 3.1%로 작년 말(3.1%) 대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3%를 상회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국제유가가 미국 수요둔화 우려와 OPEC+ 감산 축소 가능성 등으로 최근 하락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가 1분기 중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내수 측면의 물가압력 역시 제한적이다.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데다, GDP갭도 올해 중 마이너스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식량가격 변동성이 커진 데다, 향후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유류세 인하조치가 단계적으로 환원될 경우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일부 제약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는 지난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향후 물가 전망경로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외 경기흐름,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높다"며 "특히 실증분석 결과 국내 평균기온 상승이 농산물가격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