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자에 통신 장애 유발 혐의···경찰 수사
KT,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자에 통신 장애 유발 혐의···경찰 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악성 코드' 두고 의견 엇갈려
소비자단체 "데이터 손실로 막대한 피해"···재발 방지 대책·피해 보상 요구
(사진=KT)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T가 웹하드 혹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을 효율화해주는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자에게 통신 장애를 일으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KT는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완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지난 2020년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통신에 고의로 장애를 일으켜 약 6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웹하드 이용 시 서비스 오류를 겪었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KT가 그리드 프로그램을 막는 일종의 '악성 코드'를 배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KT 데이터 센터 중 하나인 분당 IDC 센터에서 국내 웹하드 수십 곳에 해킹 공격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수사는 2020년 5월부터 시작돼 약 4년간 이어져오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KT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3명을 특정해 검찰 송치했다. 

그리드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통신업체의 서버가 아닌 사용자의 서버를 활용해 서버에 몰리는 부하를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이용자가 특정 영상을 스트리밍하거나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해당 영상 혹은 파일이 이용자의 컴퓨터에 임시 저장돼 또 다른 이용자의 컴퓨터에 전송되는 구조다.

특히 아프리카TV, 네이버 치지직 등 대량의 회선을 사용하는 웹하드·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통신업체 서버 이용시 통신업체 서버 이용으로 들어가는 망 사용료가 상당한 만큼, 비용 문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과거에도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을 두고 웹하드 업체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앞서 KT는 지난 2015년 가입자용 인터넷 회선의 상업용 이용을 금지한 이용약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웹하드 서비스용 그리드 서버의 IP만을 골라 차단했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 등 11개 웹하드 업체들은 이를 두고 '명백한 망 중립성 원칙 위반'이라며 2016년 소송에 나섰으나, 재판부는 KT에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과 달리 충분한 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KT의 손을 들어줬다.

KT는 이번 통신장애 유발과 관련해 웹하드 업체의 그리드 서비스 자체가 악성 프로그램인 만큼 당시 재판 결과와 같은 이유로 제어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례가 사전 설명 없이 웹하드에 '악성 코드'가 심어졌고 피해 상당수가 개인 이용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당시와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는 "웹하드 업체는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 데이터 트래픽 이동과 관련해 KT에 망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통신사 입장에서는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 시 망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해 충돌 과정에서 KT가 지난 웹하드 IP 차단 당시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다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난 사례가 웹하드 업체로 가는 트래픽을 차단했다면, 이번에는 사용자의 PC에 있는 웹하드 프로그램을 직접 컨트롤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프로그램 변조·차단 과정에서 내려진 조치가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비인가적 조치를 통한 방해가 이뤄졌는지 등 기술적 관점에서 법리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는 웹하드 사용 중 발생한 오류와 데이터 손실로 인해 소바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신속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KT와 같은 대기업이 소비자의 권리를 얼마나 쉽게 침해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KT와 같은 기업들이 다시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