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영화표 4500원"···극장은 울며 겨자 먹기
적십자 "영화표 4500원"···극장은 울며 겨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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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1만4000원 영화표···경쟁입찰 거치면 4000원 이하
年 130만장 구매, 전체 1%···'객단가' 낮추는 주요 요인
극장·배급사 수익성 악화···"천만 영화도 제작해도 적자"
(사진=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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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OTT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극장가가 '대한적십자사'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후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영화관람권의 구매 비용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영화계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멀티플렉스 업계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가 나라장터에 공고한 '2024년도 하반기 헌혈자 공동기념품(영화관람권) 구매 계약 공고'가 벌써 두 번째 유찰됐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의 영화관람권 구매 예산은 68만4000매 기준 41억400만원으로 장당 6000원 수준이다. 

영화관람권은 헌혈 후 제공되는 기념품으로 대한적십자사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멀티플렉스로부터 경쟁입찰해 구매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연간 구매하는 영화관람권은 모두 130만장으로 1년 전체 관객수의 약 1%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의 영화관람권 구매를 위한 배정예산은 2020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6000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제 멀티플렉스가 입찰에 들어가는 상한선인 기초금액은 2020년 상반기 5800원 이후 꾸준히 낮아져 올해 하반기에는 4500원에 공고가 올라왔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영화관람권 계약금액은 계약수량 등 본 계약의 조건에 따라 경쟁입찰 참가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며 "대한적십자사가 정하는 기초금액은 이전에 체결돼 왔던 계약금액과 1번 질의 답변 사항,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과 입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금액은 통상 추정가격(원가)에 부가세를 더한 것으로 여기에 경쟁입찰 가능성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다음 입찰 때 기초금액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기초금액은 매 반기마다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이후 낙찰금액을 살펴보면 5700원부터 시작해 꾸준히 내려갔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621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처럼 기초금액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낙찰금액도 줄어들면서 객단가 인상도 더뎌지고 있다. 객단가는 매출액을 관객수로 나눈 값으로, 관객 1명이 영화 1편을 보기 위해 지출하는 실제 금액을 말한다. 이 때문에 무료 관람권이나 할인권 등이 늘어나면 객단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객단가는 2019년 8444원에서 2022년 1만285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객단가가 1만80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1만원 내외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객단가는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세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극장과 영화 배급사가 50%씩 나눠갖는다. 이 때문에 객단가가 낮아질수록 극장뿐 아니라 영화배급사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영화계에 따르면 '파묘'뿐 아니라 '서울의 봄', '범죄도시4'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의 객단가도 모두 9700원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영화 가격은 올랐는데 대한적십자사 낙찰금액은 낮아지기만 해서 영화계의 고민과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며 "배정예산인 장당 6000원이 그대로 기초금액이 되더라도 현재 영화표 가격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인데 그보다 더 낮아지는 것은 영화산업계를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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