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삼성카드, 1분기 실적개선 일등공신은
[금융톺아보기] 삼성카드, 1분기 실적개선 일등공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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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부채 7.4%↓, 업계 유일 감소···자산규모 2→3위로
비용 잡고 실적 개선 성공···장기물 중심 조달구조 안정화
조달창구 다변화 등 노력···업황 부진 속 내실경영 '부각'
서울 중구 소재 삼성카드 본사. (사진=삼성카드)
서울 중구 소재 삼성카드 본사. (사진=삼성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자산이 줄었는데, 실적은 올랐습니다."

최근 삼성카드의 이례적 행보에 대한 평가다. 홀로 차입과 영업자산을 축소한 결과 영업자산 규모가 2위에서 3위로 한계단 떨어졌지만, 업황 불황에도 비용과 실적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세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장기물 중심의 자금 조달과 내실경영에 몰두한 삼성카드의 1분기를 진단해 본다.

◇홀로 차입부채 축소···영업자산도 2→3위로

10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카드의 차입부채(차입금+회사채)가 16조8849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다. 이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유일한 감소세다.

같은 기간 7개사의 차입부채는 총 125조8654억원으로 일년새 2.6% 증가했다. 특히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의 차입부채는 각각 9.2%, 7.9%씩 증가하며 삼성카드와 대비를 이뤘다.

차입부채의 감소세를 견인한 것은 회사채다. 1분기 말 기준 삼성카드의 회사채 규모는 10조3254억원으로 일년새 13.5% 감소했다. 이 역시 업권내 유일한 감소세로, 롯데·현대·하나카드 3개사가 두자릿수대 회사채 증가세를 보인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주목할 점은 차입부채 감소가 지닌 의미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외부 차입을 통해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삼성카드의 영업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7개사 중 올해 1분기 자산이 감소(전년 동기 대비)한 곳은 삼성카드(-3.1%)뿐이다. 특히 본업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카드자산은 4.1%나 줄었다. 반면 7개사 전체 자산은 4.9% 증가했고, 롯데카드의 경우 자산이 12.1%나 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분기 삼성카드의 영업자산은 28조1890억원으로, KB국민카드(28조2471억원)를 하회했다. 지난해 말까지 삼성카드의 영업자산 규모는 업계 2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3위로 내려간 셈이다. 1분기 시장 점유율도 현대카드에 뒤쳐졌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수익성과 효율 중심의 경영 기조에 따른 상품채권 규모의 감소로 전체차입금 규모 및 회사채를 통한 조달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장기물 중심의 조달구조 안정화···실적개선 1등 공신

업권에서는 삼성카드의 차입 감소 배경으로 특유의 조달구조를 꼽았다. 전통적으로 삼성카드는 저금리 기조에 장기물 비중을 높여 조달구조를 안정화하는 방식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삼성카드의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채 비중은 75.7%로 업권 내에서 가장 높은 반면, 총차입금에 대한 조달금리(이자성 소계)는 2.87%로 가장 낮다.

다른 5개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의 평균 장기채 비중이 66.7%, 조달금리가 3.62%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카드가 장기채 비중이 높은 대신 조달금리가 낮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단적으로 삼성카드의 경우 자산규모가 7개사 중 3위임에도, 이자비용은 1236억원으로 5위에 불과하다. 신한카드의 이자비용이 2298억원,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의 이자비용이 17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카드의 낮은 이자비용은 더욱 부각된다.

이런 조달구조는 최근 삼성카드의 호실적을 견인한 1등 공신이다. 올해 1분기 7개사의 이자비용이 1조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나 증가한 반면, 삼성카드의 이자비용 증가세는 2.2%에 그쳤다. 그 결과 삼성카드는 업황 불황에도 1분기 순이익(1774억원)이 전년 대비 22.1%나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한다.

◇비용절감 집중···업황 불황 속 내실경영 '부각'

삼성카드의 차입부채 감소세는 여전히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만큼 비용절감에 기반한 내실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6%를 돌파했던 여전채 금리(AA+, 3년물)는 1분기 말 기준 3.7%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2022년 초 여전채 금리가 2%대였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당장 올해 하반기 만기도래 채권(4일 기준 회사채)들의 평균 이율만 해도 3.115% 수준이다.

조달금리를 낮추려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회사채와 달리 1분기 차입금(6조559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것이 그 예다. 업권 전체 차입금이 2.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해당 증가세는 단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증가한 것이 아닌, 올해 1월 발행한 6억달러 규모의 외화 자산유동화증권(ABS)에 기인한다. 실제 삼성카드 관계자는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분류 기준 상 ABS가 차입금에 포함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며, 삼성카드의 공시 기준 1분기 일반대출 규모는 2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었다.

ABS란 매출채권 같은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카드채 대비 거래구조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담보를 바탕으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고 만기가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카드의 신용등급이 국내 3대 신평사 기준 AA+(안정적)으로,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역시 긍정적 요소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조달 수단 다변화를 통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 노력으로 회사채를 통한 조달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며 "장기물 중심의 조달, 만기 분산, 조달수단 다변화 등을 통해 이자비용 증가율을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카드의 차입부채 감소세는 타사 대비 보수적 접근에 기반한 내실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현재 조달금리 수준이 높고 영업환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비용절감에 집중하는 쪽이 합리적이다"라며 "추후 실적회복세가 타사에 비해 늦을 순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삼성카드의 행보는)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한 신중론에 가까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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