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에 '수의계약'만···건설사들 '옥석가리기' 심화
건설 경기 악화에 '수의계약'만···건설사들 '옥석가리기' 심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서울 정비 사업 시공사 선정 23건 중 19곳이 수의계약···3곳만 경쟁
높은 공사원가에 선별수주하는 건설사들···영업·매몰비 줄이는 전략 세워
수의계약 시 입주민 혜택 등 축소 가능성 有···공사비도 건설사에 유리하게
'입찰참여확약서'로 수의계약 유도 의혹도···수의계약으로 전환 기간 단축
(사진=pexels)
(사진=pexels)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이 '무혈입성', 즉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간 출혈경쟁을 피해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일각에선 현재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일반화된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이 수의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조합 입찰공고가 개시돼 마감된 정비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공고는 총 23건이었다. 이 중 입찰에서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남영동 업무지구2구역 재개발(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DL이앤씨·두산건설) △장위11-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중앙건설·신성건설)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에 따라 정비 사업 시공사는 원칙적으로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한다. 다만 건설사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면 처음에는 유찰된다.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계약할 수 있다. 이를 '수의계약'이라 한다.

최근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을 진행한 경우는 흔한 모습이다. DL이앤씨는 이달 6일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 시공권 입찰에 단독 참여하며 계약했다. 대우건설도 신반포16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 1·2차 입찰 모두 단독으로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며 이달 수주를 따냈다.

건설업계에선 공사원가가 치솟아 회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경쟁 입찰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선별 수주가 아닌, 경쟁을 줄이고 정비 사업에 무혈입성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는 건설업 경영지표 악화 탓이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성장성 지표인 전체 건설업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5.04%에서 지난해 4.76%로 10.28%포인트(p) 급락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2021년 6.2% △2022년 4.8% △2023년 3.0%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건설사 간 경쟁 수주전이 벌어질 경우 적지 않은 영업비용이 발생한다. 시공 마진이 준 상황에서 영업비용 증가가 부담스러운데다가, 만약 수주에서 패하면 영업비용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선 수의계약을 선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정비 사업 입찰을 보면 일부 특정 건설사들만 경쟁하거나 유찰되는 일이 잦다"며 "조합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를 선정하고 싶어 하지만 주택 사업이 악화됐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경쟁을 줄여 추가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의계약이 늘면서 경쟁 입찰의 장점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 입찰이 성사되면 회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 감액부터 디자인 특화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 경쟁사보다 더 우수한 주택 상품을 조합 측에 제안하려고 한다.

반면 거듭된 시공권 선정 유찰로 수의계약을 앞둔 경우 공사를 해주는 건설사가 '갑'이 되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 등 건설사 측에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의계약은 조합과 시행·시공사 간 담합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일반화된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은 수의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입찰참여확약서는 건설사의 입찰 참여 의사를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입찰 전 이미 입찰 여부를 확정 짓도록 하는 절차다. 지난해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정비 사업에서 시작된 것으로, 현재는 일반 조합에서도 대부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정비 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 따르면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 마감까지 최소 45일 이상의 마감기한을 둬야 한다. 또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2회 이상의 입찰이 유찰돼야 한다. 건설사가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해 파악하고 입찰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조합들은 입찰 참여 자격으로 이 확약서 제출을 내걸어 마감기한까지 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1개 사 이하인 경우 경쟁구도 미성립으로 자동 유찰시키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에선 조합이 최초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소 3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설명회 이후 7일 이내로 확약서 제출기한을 정할 경우 1달 만에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입찰참여확약서는 현장설명회 이후 1주에서 2주 사이에 제출하도록 조합 측이 요구하고 있다"며 "현장설명회에 참여했어도 이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본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조합이 이미 내정한 건설사와 함께 다른 경쟁 건설사의 진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이 확약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현장설명회 후 약 1주일 만에 사업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확약서를 제출하는 것은 미리 현장에 대한 정보가 없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과 입찰조건을 최초로 알게 되는데 1주일 만에 입찰 여부를 확정 지으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그래서 요즘 건설사들은 주요 지역마다 TF팀을 꾸려 예정 정비 사업지 상황을 더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