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제계 "거부권 행사해달라" vs 노동계 "거부하면 노동자 투쟁"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무협)·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등 경제6단체는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등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환영하면서 대통령에게 법 공포를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는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 내용은 전혀 없고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노란봉투법이 처리되자 즉시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끼고 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법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노사관계, 일자리, 기업간 협력관계, 외국인 투자환경 등 경제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 명백하다"며 "결코 입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경협은 "보호 무역주의 강화 등 세계 교역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정안은 기업의 글로벌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 등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주주, 협력업체, 근로자 등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협은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하면 비단 무역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위축, 일자리 축소 등 거시경제 곳곳에서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무역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국회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법안처리로 노사갈등 및 산업 현장의 혼란을 키우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포함해 정부의 용단과 적극적인 실천으로 노란봉투법의 비합리성을 명확히 하고 국회 여야의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대안을 다시금 원점에서 모색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국회부터 중소기업계는 파업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의 배상 청구를 사실상 가로막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에 무분별한 파업이 더 만연해져 기업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해 왔다"며 "노조법 개정안 통과로 노사 관계는 파탄에 이르고 파업 일상화로 산업 현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계가 우려를 드러낸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개정 노동법은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강력한 해결책"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노동약자’를 보호겠다면, 노조법을 즉시 공포해 노동약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다시 개정 노조법 2,3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노동약자가 아니면 누가 약자인가"라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도돌이표를 멈추고, 노동약자 보호의 진심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5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나 재충전 시간을 보내고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정국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하는 만큼 휴가 중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등과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