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과 차별 확보하며 신흥시장 경쟁력 확보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중급 라인업에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 AI'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써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with Google)'를 갤럭시 A 시리즈 일부 모델과 갤럭시탭 S9 FE, 갤럭시탭 S9 FE+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A 시리즈는 A55·A54·A35·A34 등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샘모바일은 18일(현지시간)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중저가 제품에서 공격적으로 가격 정책을 펼치는 경쟁사가 너무 많다"며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를 강조해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매체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AI에 많은 투자를 했고 구글과 긴밀히 협력해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 AI가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중간 가격대 제품에서 차별화 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 전 영역에 AI 도입을 확대하는 만큼 중간급 가격대 스마트폰에도 AI 도입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다만 플래그쉽 제품과 차별성을 확보하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한 AI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써클 투 서치'가 도입되는 갤럭시 A 시리즈는 모두 올해와 지난해 출시된 제품으로 엑시노스 중상급 AP를 탑재했다. 갤럭시A55에 탑재된 엑시노스 1480은 삼성전자의 중상급 모바일 AP로 2019년 출시된 퀄컴 스냅드래곤 865와 비슷한 수준이다. 플래그쉽 수준의 성능이 아닌 대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중간급 스마트폰에 맞는 부품 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엑시노스 1580은 최근 벤치마크 점수에서 2021년 출시된 엑시노스 2100, 스냅드래곤 888과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전작 대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AI' 시리즈에는 '써클 투 서치' 외에 AI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플래그쉽 수준의 AI 성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는 플래그쉽 제품과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저가 모델에 AI 도입을 최대한 늦출 가능성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플래그쉽 모델을 구매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갤럭시 S, Z 시리즈의 구매요인 중 AI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당장 AI를 플래그쉽 모델에만 적용하고 싶어할 수 있다"며 "플래그쉽 모델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AI 도입 시기는 "갤럭시 AI 사용자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중저가 라인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갤럭시 A 시리즈의 영향력이 큰 인도, 동남아에서는 삼성전자 외에 샤오미, 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비보와 샤오미가 각각 19%로 공동 1위, 삼성전자가 18%로 3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아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오포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2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1%로 2위, 샤오미가 20%로 3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폰 물량공세에 방어하면서 플래그쉽 라인업과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갤럭시 AI'를 일부 도입하는 전략은 긍정적"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