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단말기 경쟁 촉진 위한 '절충형 완전자급제' 제시···실효성 우려도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지난 2014년 핸드폰 가격 차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고 10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한 단통법이 오히려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저하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통법이 이용자 차별 해소에 기여하고 자급제 단말 확대로 구매 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았던 만큼 단통법을 대신해 소비자 후생을 이어갈 수 있는 각종 대안이 고민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이훈기·김현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에 참석해 △완전 자급제, 절충형 완전 자급제 등 단말기 유통체계 변경 △분리공시제, 보조급 지급 금지 등 단통법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단통법 취지 유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완전자급제는 단말과 서비스를 분리해 따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제조사·통신사 간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급격한 유통구조 변화로 일반 유통망에서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 영세 중소 유통망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단점이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절충형 완전자급제는 이를 보완해 일정 판매점에서 결합 판매가 가능하도록 승인하는 제도다. 제조사 간 단말기 판매 경쟁으로 출고가가 인하될 경우 소비자의 단말 구매 부담이 완화될 수 있으며, 통신사의 요금 경쟁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신 교수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각각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공시' 제도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분리공시는 재원 구분을 통한 유통구조 투명화로 가계통신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 교수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포화된 통신 시장을 감안하면 통신사 보조를 통한 단말기 지원금 재원 증가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 경우 재원이 이용자들에게 골고루 제공되지 못하고 불필요한 유통망 장려금만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단통법의 긍정적 측면이었던 차별 방지나 지원금 쏠림 현상, 알뜰폰 사업자 위축 등을 막을 안전장치와 선택약정 등 소비자 후생을 위한 제도를 함께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자급제는 제조사의 영업활동 강화, 외산 단말기와 저렴한 단말기 보급 확산, 통신사의 요금제별 할인 제도 확대와 다양한 요금제 경쟁, 일반 판매점 및 중소 오픈마켓 활성화, 소비자의 단말기 및 서비스 선택권 확대, 단말기 유통 구조의 투명화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중앙대 교수 역시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통해 자급제 및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면 가계통신비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현재 유통 구조에서는 고가 요금제와 고가 단말 판매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통사가 제조사보루터 공급받은 단말로 고가 요금제에 고액을 지원하는 담합 구조를 깰 경우 저렴한 단말기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완전자급제 도입이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남호 삼성전자 상무는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매달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지만, 단말기 하나를 팔고 한 번의 매출을 얻는 제조사의 경우 지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단말기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유통망이 축소될 경우 단말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신사 지원금 경쟁에 대해 인위적으로 지원금을 규제하는 방식보다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 경쟁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실장은 "자급 단말기 이용 비중이 증가하고,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효과적인 지원금 규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해 단말기 지원금과 연결된 선택 약정 할인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당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 과장은 "단토법 폐지에 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지속 청취하고 국회 입법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알뜰폰 사업자 경쟁력 강화, 중고폰 거래 활성화, 중저가폰 출시 유도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