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년째 공전 '산업은행 부산이전', 결국 물건너 가나
[기자수첩] 2년째 공전 '산업은행 부산이전', 결국 물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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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이 곧 이사회를 열고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의결하기로 하면서 산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편, '꼼수 이전' 논란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리수를 강행하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야 모두 지역 민심을 의식한 때문인지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2년째 국회에 발목잡혀 공전만 거듭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예사롭지 않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025년도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조직개편안의 골자는 동남권, 호남권 등 남부권 지역에 총 3개의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2022년 11월 말 '동남권(부산·울산·경남)투자금융센터'를 설치하고 약 2개월 뒤인 지난해 1월 50여명의 추가 인력을 동남권투자금융센터로 발령낸 바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서는 이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상위조직으로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설치한다. 또 부산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지원센터'를 신설하고, 호남권 지역에도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개설한다. 남부권 투자금융본부가 △동남권투자금융센터 △호남권투자금융센터 △기업지원센터를 총괄하는 구조다.

산업은행이 조직을 신설하게 되면 서울 본점이나 다른 지역 지점 인력들의 대규모 남부권 발령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를 두고 노조 측은 사실상 '꼼수 부산이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은 내부에선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발령 규모가 지난해 동남권투자금융센터 발령 당시와 비슷한 50여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시항인 '산업은행 부산이전'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산이전 논의가 장기화하자 사측이 법을 우회해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목적은 지역영업 확대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강 회장은 "부산지역이나 남부권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균형성장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 어떤 의원님도 그 대의에 반대하시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부권에 새로운 조직이 설치되고 인력이 충원되면 해당 지역 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지역경제도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직원들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한 모습이다. 남부권 전담조직 신설이 당위성을 가지려면, 실제 이 조직들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측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초 문을 연 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성과만 봐도 새로운 조직의 지역발전 기여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산업은행 사정을 잘 아는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 부산에서 영업을 시작한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기업지원 실적은 다른 산은 지점들의 20~30% 수준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단기 실적만 보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장래를 속단하기 이르단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 안에서 기업 설립·육성·재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만큼의 자체적인 자금유입 요인이 많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동남권투자금융센터가 산은의 다른 부산 지점들과 차별화된 영업력을 펼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게 내부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안'이 주목된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 초청 상공인 간담회'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관련한 새로운 협상 카드로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이달 4일 김민석 최고위원과 만나 '부산미래비전 10대 의제' 초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보다 부산과 경남의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재도약시키기 위한 기금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남권 지역을 전담해 키우는 공공기관·기금을 조성하자는 내용으로 지역 기업과 산업을 키우면서(투자) 벌어들인 돈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 결과적으로 지역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공적기관을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제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기관을 무리하게 내려보내는 것보다 동남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생력 갖춘 공적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실효성 측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임직원들에게 상처만 남긴 부산이전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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