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재무구조 개선 노력···'배당 유보'도 답"
"부산 이전 추진···남부권투자금융본부 신설"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 3년간 15조 운영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HMM(옛 현대상선) 재매각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하림그룹에 HMM을 매각하려던 작업이 최종 무산된 이후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몸값 상승, HMM 영구 전환사채(CB) 주식 전환에 따른 채권단 지분율 확대 등 재매각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각이 결렬된 이후에 HMM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되거나 협의된 바 없고 재매각 추진은 시간이 지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HMM 매각과 관련해서는 해운산업 측면도 있고 정부의 해운정책 등 전략적 조건들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HMM의 매각 자체는 필요하단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HMM과 같은 구조조정기업의 출자전환 주식과 한국전력과 같은 현물출자 공기업 주식이 전체 자본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시황에 따른 재무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은 HMM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어 (산은 내부 이슈와) 상관 없이 우리 재무제표가 조단위로 바뀐다"며 "은행의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최고 관리자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점을 고려해 HMM 보유 주식을 조속히 매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정부 배당을 일정기간 유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에 배당을 하는 대신 은행 순이익 전부를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는 독일 정책금융기관 KfW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산은의 재무구조를 흔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을 줄이고 매년 안정적으로 3조원 이상의 수익을 실현하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산은이 KfW처럼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이는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통상 매년 4000억~5000억원을 정부에 배당하고 있는데, 3년 정도 배당을 하지 않고 은행에 유보한다면 1조5000억원 정도가 쌓이게 되고, 이 경우 약 15조원 정도의 은행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 계획도 제시하면서, 자본금 확충을 위해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는 산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은 산은법 개정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 및 국회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산업은행에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대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 증자가 필요한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정부 출자 이전에라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에 맞게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은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폭을 높이겠다"고 했다.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제22대 국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법 개정 전이라도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강 회장은 "영·호남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과 녹색금융을 총괄하는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비롯, 지역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전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과 관련해서는 "가능하면 3년 내 성공적인 워크아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60여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잘 정리하는 부분이 걱정됐는데, 결과적으로 PF 사업장 처리에 벤치마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구주에 대한 100대1 감자, 워크아웃 이전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 워크아웃 이후 지원액에 대한 영구채 전환 등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