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해외건설···목표수주액 절반도 못 채웠다
맥 못추는 해외건설···목표수주액 절반도 못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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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211억달러···'333억달러' 달성한 전년比 10.3%↓
제 때 못 받은 미수금도 3년 동안 증가···"경쟁력 약화 요인"
대규모 미수금 '이라크 비스마야' 일부 회수, 공사 재개 협상
해건협 "4분기 남아 수주 지켜봐야···미수금도 우려 수준 X"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사진=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사진=한화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공언했던 올해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3분기까지의 해외건설 수주가 연간 수주액의 절반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해외건설을 둘러싼 장애물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3년새 늘어난 미수금도 해외사업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97개 기업이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해외건설 수주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119억4000만달러(5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아시아 29억8000만달러(14.1%) △북미‧태평양 26억7000만달러(12.7%) △유럽 24억4300만달러(11.5%) △중남미 9억200만달러(4.3%) △아프리카 1억7000만달러(0.8%) 등 순이었다.

문제는 최근 3년간 3분기 기준(2022년 224억원, 2023년 235억원)으로 볼 때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가장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각각 연간 수주액 310억달러와 333억달러를 기록한 2022년과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수주액이 5.8%, 10.3%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의 저조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등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공장 건설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의 해외건설 수주(1∼3분기)는 △2021년 9억3000만달러 △2022년 21억4000만달러 △2023년 69억4000만달러였지만, 올해는 2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64.4% 이상 감소했다.

아시아 지역의 수주도 토목‧산업설비 공사 감소로 2년 연속 3분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 지역의 1∼3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79억2000만달러에서 2021년 78억7000만달러, 2022년 91억9000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46억8000만달러, 올해 29억8000만달러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저가경쟁력을 앞세운 국가들이 해외건설 수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편, 주요국을 중심으로 '자국 중심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헤즈볼라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직‧간접적으로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공사를 하고도 돈을 제 때 수금하지 못한 미수금도 해외사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리스크 중 하나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사업 미수금 규모는 지난 2021년 12억달러에서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점차 불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해외건설 미수금 증가는 어려운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 관련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이 지난 2월 26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망대를 찾아 신도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이 지난 2월 26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망대를 찾아 신도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특히 단일 계약 중 가장 미수금 규모가 큰 사업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으로 3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사업은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 10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 착공했으나 2022년 10월 미수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7만여 가구의 공사가 남아있으며 사업 재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지난해 말 미수금 중 일부를 회수해 부분 공사를 재개하고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전체 사업 재개를 위해서 발주처와 서로 간 상황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 건설은 2023년과 2022년보다 낮은 '수주 성적표'를 받은 데다 여러 지정학‧경제적 리스크에 따라 정부가 세운 400억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올해 연간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겨우 넘는 데서 그칠수도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말 기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실적에서 수주금액이 179억6000만달러 수준에 그친데 대해 "산술적으로 연말까지 269억달러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대규모 공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힘든 나라에 가서 사업을 일으키고 리스크를 테이킹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진입 단계부터 철저히 점검을 하고 계약 시에도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외건설협회 측은 해외건설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만 수주해도 수주액이 껑충 뛸 수 있는 만큼 섣부른 전망을 하긴 어렵다면서 미수금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별로 규모가 각기 다르고 4분기 실적도 남아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동안 대형 사업을 수주한다면 목표 실적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건설 미수금과 관련해서는 "최근 3년치만 놓고 본다면 소폭 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합유지 수준으로, 리스크로 볼 만큼 특이점이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중동정세 등에 따른 우려도 단기적으로 사업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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