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며 1390원 중반까지 뛰어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 관련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확대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것이란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 달러 초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장 대비 8.3원 오른 달러당 1394.7원에 마감했다.
해당 상승세의 주재료는 미 대선 결과와 그 여파다. 제47대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한 것에 이어, 의회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는 '레드스윕'이 나타난 것이다.
직후 보편관세 부과,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확대되며 재정적자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고, 현재 달러인덱스가 105pt를 돌파하는 강세로 연결된 형국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다시 USTR 대표직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 있단 경계감이 커졌고,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단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 선물시장에 반영된 가장 유력한 내년말 최종 금리 수준은 3.75~4%다. 해당 시나리오대로라면 내년까지 금리 인하 횟수는 올해 12월 한차례(25bp), 내년 두차례(50bp)에 불과하다. 지난 9월 수정 점도표에서 내년 100bp를 예상한 것에 크게 못미친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초 달러당 7.09위안선을 유지했던 위안화 가치는 현재 7.18위안까지 절하(상승)된 상태다. 전일 중국 전국 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이 기대했던 추가 부양책의 세부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고,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강한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진단이다.
달러 강세 속 국내 증시도 부진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15%나 하락한 2531.66으로 마감했으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53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728.84)도 하루새 1.96%나 내렸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환율 상승 배경이 다소 복합적이다. 트럼프 당선이나 레드스윕 외에도 고점 인식에 네고도 많이 풀렸고, 중국 위안화도 좋지 못했다"며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 1기 미중 무역분쟁을 주도했던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거론되면서 아시아 쪽 분위기가 많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