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1.9%·1.8%···2년 연속 잠재성장률 하회
금융안정에서 경기진작으로 선회···"내년 1분기 추가인하 유력"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 대선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은 부분이 있고,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다.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 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1400원을 웃도는 환율과 가계부채 우려 등에 금리 동결이 유력시됐지만, 예상보다 경기둔화 정도가 심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진작이 우선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통위의 통화정책결정의 무게추가 경기리스크 쪽으로 이동하면서, 내년 1분기 중 추가 인하 가능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28일 한은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 인하로, 한은이 연이어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 결정에 대해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사전 설문조사에서 채권 전문가 83%가 성장둔화 우려에도 고환율과 미국 대선 결과 등을 근거로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특히 금리 인하 직후인 10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6조6000억원)이 전월(5조3000억원)보다 확대되는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금리인하 영향과 대외 환경변화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경기 하방리스크가 시장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나아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고, 2026년 성장 전망으로 1.8%를 제시했다. 2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는데, 우리 경제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 분기별 GDP(국내총샌산)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보면 1분기(1.3%)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0.1%)에도 부진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도 "GDP 갭이 최소 올해 연말까진 마이너스(-)로 갈 것 같다. 플러스(+) 전환 시점도 기존 전망(내년 초)보다 늦춰졌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같은 성장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수출 둔화를 꼽았다. 실제 이번 경제전망을 뜯어보면 민간소비 전망이 0.2%p 낮아진데 그친 반면, 수출 성장률은 올해 0.6%p, 내년 1.4%p나 하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이 중국의 반도체‧화학제품‧철강 공급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보편적 관세를 골자로 한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수출 증가세 둔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경기가 나빠져 금리를 내리는 본격적 인하와, 트럼프 관세정책이 경기에 미칠 영향을 상정한 보험성 인하의 성격 결합됐다"며 "다만 예상보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내려가는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깜짝 인하 결정으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이 총재는 "내부모형을 검토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p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이 0.07%p 정도 개선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추가 인하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뿐만 아니라 이번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장 역시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 방향이 경기 리스크 쪽으로 이동한 이상, 경기 부양 목적의 추가 인하가 내년 1분기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간 국내경제에 대해 낙관적이고 통화정책 완화에 소극적이었던 금통위가 경기 불확실성 확대를 근거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경기 대응쪽으로 통화정책 스탠스가 명확해진 이상 내년 1분기 추가 인하가 유력해 보인다. 내년말 최종금리 수준도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총재 기자회견을 보면 중립금리 상단(2.75%)까지는 빠른 속도의 인하를 시사했다. 1분기 중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며 "이후 금리 인하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중립금리 중간값(2.50%)은 늦어도 내년 3분기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는 공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