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준비하는 재계, 조직 줄이고 위기 대응 역량 키운다
내년 준비하는 재계, 조직 줄이고 위기 대응 역량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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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임원·사장단 인사 속속 마무리···SK는 5일 예정
실적 부진 기업 쇄신 인사 단행···임원 수 줄여 조직 경량화
'CEO 교체' 등 고강도 쇄신 인사로 새로운 사업 전략 모색
현대차, 對美 대응 역량 강화···SK하이닉스도 대비 나설 듯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역대급 불경기 속에 치러진 연말 임원인사가 속속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업종별로 올해 실적이 엇갈린 만큼 인사 기조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장기 침체와 불안전성의 확대로 대체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진행하는 분위기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SK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임원·사장단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SK그룹은 이르면 5일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사를 마친 주요 대기업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과 함께 앞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진단할 새로운 조직이 구성된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에는 경영전략담당이 새롭게 신설돼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승진·임명됐다. 또 삼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삼성글로벌리서치에는 경영진단실을 새롭게 신설하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를 실장으로 임명했다. 

김용관, 최윤호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 등 컨트롤타워를 거친 '전략통'으로 앞으로 삼성전자와 관계사들이 경영전략 구상을 지원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삼성전자의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는 전년 대비 6명 줄어든 13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DS부문 부사장 승진자는 12명으로 지난해 23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DS부문 전체 승진자 역시 51명으로 전년 대비 5명 줄어들어 반도체 실적 부진이 인사에 반영됐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사상 첫 외국인 대표이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호세 무뇨스 사장으로 현대차 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역임하다 내년 1월 1일자로 현대차의 CEO가 된다. 현재 현대차 사장인 장재훈 사장은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완성차담당을 맡은 장재훈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사업환경에서 최대 실적을 낸 데 기여한 만큼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와 사업 시너지 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무뇨스 사장은 북미권역본부장이 된 후 현대차미국법인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미국 신공장 운영 방안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그룹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CEO와 사업본부장 대부분을 유임하고 R&D 인재를 대거 발탁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역량 강화를 위해 신규 임원 가운데 23%에 이르는 28명을 이 분야에서 발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사업본부를 전반적으로 개선에 B2B와 솔루션 사업 역량을 사업본부 전반에 이식했다. 또 냉난방공조(HVAC)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ES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재성 에어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을 신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LG유플러스는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사업전략 변화를 모색했다. 홍 대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상철 대표 이후 10년만에 '비 순혈' 대표이사다. SK텔레콤에서 사업전략실장을 맡았고 글로벌 컨설팅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영전략 전문가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신사업에 대한 교통정리와 사업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업군 전반에 부진을 겪으며 심각한 위기설이 제기된 롯데그룹은 CEO 21명을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심각한 위기에 빠진 화학군은 전체 13명의 CEO 중 무려 10명을 교체했다. 롯데케미칼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부 대표이사도 전원 교체됐다. 다만 롯데지주와 식품·유통 계열사 CEO는 대부분 유임됐다. 

이 밖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전무 승진 후 1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서울파이낸스 DB)

한편 곧 인사를 앞둔 SK그룹은 올해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선언하고 계열사 줄이기에 나선 만큼 임원 감축과 구조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10월 치러진 SK에코플랜트의 임원인사에서는 전체 임원의 20% 가량을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SK이노베이션 내 일부 계열사의 인사에서도 CEO를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HBM으로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고강도 쇄신 인사와 임원 감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최대 실적을 낸 만큼 대미(對美)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무작정 '승진 파티'를 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고부가 제품의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승진 인사와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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