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잇단 호재에도 실적호전 '기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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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유동성 지원책 나와
무리한 외형 경쟁 '부메랑'으로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원화 유동성 감독기준 완화 등 잇따른 '호재'로 은행권의 자금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권의 향후 경영여건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은행들의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에 단비'…자금경색 완화
지난 30일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과 한은이 300억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운용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한국 원화를 담보로 최대 300억달러를 내년 4월 말까지 한국은행에 빌려주게 된다.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발표된 30일 주가는 사상 최대 폭인 11.95% 급등하며 1000선을 단숨에 회복했고 원·달러 환율은 177원폭락해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또한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1000억달러 규모 은행 외화 차입에 대한 국가 지급보증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동의안에 따르면 18개 국내 시중은행은 내년 6월 말까지 외국에서 들여오는 외화표시 채무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1000억달러 내에서 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간 정부 보증을 받게된다. 특히 260bp(bp=0.01%) 수준의 낮은 금리로 외화를 빌릴 수 있다.
이에 리먼 사태 이후 외화 조달이 어려워 하루짜리 달러 콜 등 초단기 자금 등으로 연명해왔던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직후 우리나라의 외국환평형기금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7%에서 4.7%로 하루 새 1%p 떨어졌다.
금융권 전문가는 "이번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외화 수급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과 정부의 지급보증 등 갖가지 호재로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9일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은행의 원화유동성 감독기준 완화키로 했다. 현행 3개월 기준 100% 이상인 은행의 원화유동성 감독기준을 이달 말부터 1개월 기준 100%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7개 시중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8월말 기준)은 107%에서 120.5%로 13.5%p 높아지게 됐다.

■3Q 경영 실적 악화 '악재'
은행권의 자금 유동성 문제는 해결됐지만 향후 은행의 경영여건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메가뱅크'를 목표로 무리하게 외형 경쟁에 나섰던 은행들이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 시중은행들의 경영실적이 올해 3분기부터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발표된 국민은행의 3분기 경영실적은 실망스러웠다. KB금융그룹은 출범 후 첫 분기인 올해 3분기에 56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18%나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BII은행 지분 매각대금 2300억원을 영업외이익으로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무려 26.7%나 쪼그라들었다.
비이자부문 역시 119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순이자마진(NIM)은 2.89%로 전기 대비 0.09%p 하락했다.
푸르덴셜 증권의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 비용에 대한 이자비용이 4분기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4분기 순이자마진 전망도 밝지 않다"며 "대손비용의 증가로 2009년까지 핵심영업이익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1일 실적발표를 한 신한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한지주는 올 3분기 전분기 대비 59.1% ,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3% 급감한 32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3분기 신한지주의 순익 4천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이다. 신한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14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6.6% 줄었고 작년 같은 기간 3161억원보다는 32.2%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경영실적은 참담하다.  하나금융지주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8.7% 감소해  733억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지주 설립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지난 몇 년간 외형 경쟁을 벌이면서 키워온 문제점들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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