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로 '루머' 확산 차단 포석
라회장 '장기집권' 걸림돌 제거설도
실명제위반 조사결과 초미의 관심사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이 전 은행장을 고발하는 금융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 및 신한은행 직원 등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최근 신 사장의 친인척관련 여신에 대해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또, 은행 내 루머 확인 차원에서 밝혀진 또다른 15억여원의 횡령혐의가 기술됐다.
신한은행 측은 "조직이 스스로 내부 비리척결과 조직의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자는 입장에서 전임 은행장을 포함한 직원과 차주들을 고소하게 되었다"며 "경영진이 더욱 엄격한 도덕성을 지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고객과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점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신 사장 고발건에 대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신 사장과 관련된 루머가 떠돈 바 있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덮어두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고발이 아닌 외부 감사를 통해 혐의가 밝혀질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신한지주의 후계구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신한지주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탄탄한 지배구조로 정평나 있다.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3자 후계구도가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의 밑바탕이 돼 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올초 라 회장이 4번째 연임을 확정하면서 라 회장과 신 사장의 신뢰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시말해 라회장이 그동안 충성을 다해온 신사장을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장기집권'에 걸림돌이 됐다고 인식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주변에서는 그동안 신사장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일부 임원진들이 신사장이 라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사실을 흘려 공격하고 있다고 음해했고 이를 라회장이 확신한게 아닌가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라회장은 신사장이 회장이 되기위해 라회장이 박연차에게 맡긴 50억원을 100개에 가까운 가ㆍ차명으로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명백한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라회장이 연임할수 없는 결격사유라고 요로에 흘려 공격했다고 믿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라회장이 신사장을 음참마속한게 아닌가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 사장도 신한은행이 제기한 배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너무나 억울해 말이 안나온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대출메커니즘을 라회장을 비롯한 신한은행임원진들이 너무 잘 알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사장이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거액의 대출결정이 이뤄지지도 않을 뿐더러 이정도의 대출금액이라면 라회장에게까지 모두 보고된다는 것이다.
신사장은 경영상의 책임이야 지겠지만 은행대출결정과정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특정개인을 겨냥해 몰아내려는 '해괴'한 일을 벌이려는 신한금융그룹문화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게 중론이다.
신 사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신 관련 위원들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데 결제권이 없는 행장이 불법대출을 용인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대출을 받은 회사가 연체 때문에 워크아웃 중이지만, 은행에 끼친 손실은 없을 것이며 대출이 잘못됐다고 (은행장이)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신한은행은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신한지주 측이 곧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