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보험사 자사주 취득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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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주가방어 환영" vs 계약자들 "이익배분 불만"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일부 보험사들이 주가 부진 타개책으로 자사주 취득에 잇따라 나서고 있지만 자기자본 감소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지난 1일부터 3개월동안 자사주 2600만주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28일 종가(612원)기준으로 약 1591억원에 해당한다.

지난 28일에는 LIG손해보험이 대우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취득 신탁 계약을 내년 8월 28일까지 체결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7월18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300만주, 약 284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가 주된 이유다. 실제 효과도 쏠쏠했다.

지난달 말 자사주 매입 이전 6만2000원선이던 대한생명 주가는 8일 종가기준 6만9000원까지 올랐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7월 주가와 자사주 매입 완료 후 주가가 9만원대로 큰 차이는 없지만, 매입 기간 코스피가 13% 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삼성생명의 자사주 효과에 비쳐 대한생명 역시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업황 특성도 자사주 매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황 싸이클이 길다보니 제조업처럼 단기 호재로 주가를 견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사 주가가 '미지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보험업종은 '롱텀'인데 조선사 수주와 같이 실적이 반영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수급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박 연구원은 "보험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소각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며 "아직 물량이 나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면 자기자본이 줄어든다. 펀더맨털은 오히려 악화되는 셈이다.

또 자사 주식을 자기자본금으로 산다는 것은 경제 논리에도 모순된다. 자사주 매입자본을 신규 투자 등에 쓰지 않는 점에서도 회사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경우 CJ지분 매각이란 악재가 겹쳤지만 매입만료일 6% 급락했다.

이와함께 보험사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

보험사 주주들로서는 주가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보험사 계약자들은 이익 배분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이익잉여금이 많아 자사주 취득을 할 수 있고 주주들도 환영할 일이지만 계약자들로서는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것을 반겨할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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