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래성장동력 위한 대규모 투자 단행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LG그룹이 27일 창립 68주년을 맞았다.
LG의 역사는 창업주인 고(故) 연암 구인회 회장이 1947년 부산 서대신동 공장에서 화장품 크림 생산에 성공하고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구자경 명예회장을 거쳐 구본무 회장이 20년째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LG그룹은 1947년 창립 이후 1년 만에 매출 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그룹 매출 150조원을 돌파했다. 68년 동안 매출만 50만 배 늘린 셈이다. 창립 당시 20명이었던 임직원 수도 지난해 22만 명을 기록, 1만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도 적극 나섰다. LG그룹은 국내 사업장 외에도 세계 각 지역에서 290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 20년, LG 바꿨다
LG그룹의 명운(命運)은 구본무 회장 취임 후와 전으로 나뉜다. 구 회장은 1995년 2월22일 취임 당시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도전해 최고를 성취하는 강한 LG를 만들기 위해 조직 전 부문의 역량을 세계 초우량기업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회장의 20년 경영성적표도 양호하다. LG그룹은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변화를 거듭했다. 1994년 30조원이던 LG그룹 매출은 2014년 150조원으로 5배로 늘었다. 내수 중심이었던 그룹의 체질을 수출 중심으로 바꾼 셈이다. 실제로 1994년 10조원 안팎에 머물던 해외매출은 지난해 100조원까지 늘어났다.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 역시 7조원에서 67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90개였던 해외 법인은 290개로, 10만 명 수준이던 임직원 수도 22만 명으로 늘었다. 2000년대 중반 GS·LS·LIG그룹 등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장세다.
구 회장이 강조해온 '시장선도' 전략도 통했다. 디스플레이와 중대형 2차전지, 편광판 세계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고, 에어컨·TV·세탁기 등 가전 부문에선 삼성과 세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LG그룹이 운명을 걸고 단행한 투자의 결과다. LG그룹은 지난 1998년 말 LCD 전문기업 'LG LCD'를 세웠다. 이듬해인 1999년 5월에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 외자유치에 성공, LG필립스 LCD를 출범했다. LG그룹은 지난 2008년 LG디스플레이 독립 후에도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왔고 세계 LCD 시장 1위를 달성했다.
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차전지 역시 미래를 내다본 투자의 결실이다. LG화학은 2005년 당시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시장 일각에서 "LG의 한수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이후 LG화학은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하며 중대형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이 구상하는 전기자동차부품 사업의 핵심에도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가 자리하고 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 GM, 포드,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3년 다임러 벤츠 등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업체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는 물론 현대·기아차, GM에 자동차용 LCD를 공급하고 있다.
◇다가올 68년 위해 대규모 투자 단행
LG그룹은 다가올 68년도 적극 준비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연구개발에 사상 최대인 6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00억원(약 7%) 증가한 규모다.
분야별로 전자부문에는 △LTE 등 모바일 선행기술 △스마트TV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모바일 AP 및 스마트TV용 SIC(System Integrated Chip) 등 핵심칩 △고해상도 및 터치성능 향상·초슬림 베젤 구현 디스플레이 기술 △고휘도·고신뢰성 LED 등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화학부문에는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SAP(고흡수성수지)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기반기술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건축 자재 △혼합백신, 당뇨치료 복합제 등 신약 개발 등에 투자한다. 통신·서비스부문에는 △5G 이동통신 관련 네트워크 기술 및 서비스 △빅데이터 분산처리 기술 등에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LG그룹의 이번 결정은 구 회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 융복합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서초 R&D 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산업간 융복합 역량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이 일상화하면서 기존 완제품 개발 역량에 더해 소재·부품 개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 발 앞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구개발과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개발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LG그룹은 이와 별도로 융복합 R&D를 담당할 국내 최대 연구단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에도 1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