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도움도 필요해···거래소 승소 사례 쌓일수록 적극적으로 활동 가능"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상장사들 중 잠재적 부실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진행중인 상장폐지 관련 제도개선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부실기업의 상장폐지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 상장기업수는 지난 2018년 285개사에서 지난해 467개사로 63.9%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보다 낮은 곳은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자본시장 내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움직임은 내년부터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올해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회계감리에 착수하고, 2025년 이후에는 심사·감리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준비중인 상장폐지 제도 개선도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상장 폐지 요건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에 있으며, 요건을 비롯해 여러가지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내년에 시행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선제적인 회계감리에 착수하고, 2025년 이후에는 심사·감리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와 함께 코스피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를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 신청, 자회사 편입·합병, 이전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합병 등의 사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상장폐지 된 기업은 총 14개사로 전년(8개) 대비 75%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앞두고, 한국거래소가 과거와 달리 상장폐지 대상 기업들에게 부여되는 개선기간을 줄이는 등 선제적으로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봤다. 실제로 올들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부여받는 개선기간이 이전보다 짧아진 추세다.
상장사에게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및 시장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된다. 기업심의위원회는 담당임원, 변호사, 회계사 등 8~20여명으로 구성되며, 시장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장폐지 대상 기업들에게 부여 됐던 개선기간이 1년을 넘어갔다면, 올들어 기업들에게 부여되는 개선기간은 9개월, 6개월 이런 식"이라며 "밸류업을 비롯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인 만큼, 거래소에서 좀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의 거래정지가 장기간 이어지면 주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못하기 때문에 그런 단축을 위해서 개선기간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폐지에 걸리는 기간이나 절차 등을 단축하는 제도 개선 방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제도가 개선되고 나서 즉각적으로 시장에 효과가 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나 기업의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조심스럽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데, 거래소가 과감한 행동이 가능해지려면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법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퇴출이 늘어나게 되면 법원에 소송 등을 제출하거나 하는 일의 발생도 증가할 텐데, (거래소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이력이 쌓일 수록 거래소가 더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