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KEB하나은행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내부 확인 결과 점수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지인 자녀의 하나은행 채용에 관련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관련자료를 요구하자, 오히려 최 원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 원장의 하나은행 특혜채용 개입설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하나은행에 공식요청했다. 전날 금감원은 "최 원장은 채용과 관련한 연락을 단순히 전달하였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전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채용비리라고 할 수 있는 점수 조작에 대해선 하나은행이 직접 증명하길 요구한 셈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이번 폭로에 대한 배후를 하나은행으로 본다. 그간 일명 '셀프연임' 등으로 번번히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최흥식 흔들기' 또는 채용비리 폭로를 빙자한 '세(勢) 과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2013년 당시 상황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에 의한 증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금감원의 '최 원장의 채용비리를 밝혀달라'는 예상보다 강한 역공에 하나은행은 일단 한 발 빼는 모습이다. 검찰이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인사기록 서버에 접근하기 힘들고 따라서 자료제출도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 원장이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의 해명과 대체로 비슷한 답변이다.
다만 하나은행의 이 같은 해명으로 최 원장의 이번 채용비리 의혹이 해프닝으로 끝나더라도 도덕적 책임까지는 피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감원이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해 앞으로도 떳떳하려면 최 원장의 이번 의혹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