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19(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재계 총수들이 현장경영에 나서며 직접 위기 극복과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장기화 영향과 대책을 공유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중국 산시성 당국자와 만나 반도체 분야 등 협력 확대를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생산현장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 기지로,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서 데이터 저장장치로 활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귀국한 뒤 사흘만인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안2공장 증설을 위해 관련 반도체 기술진 200여명을 급파한 데 이어 관련 인력 300명을 추가 파견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갈등 고조 등 엄중한 시기에 글로벌 기업인 중 처음으로 중국 현장경영에 나선 데 대해 위기관리와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최근 현장 경영에 나서며 미래차 분야 신성장동력 육성 등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3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사업장을 방문하고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신기술을 공유하고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전장 사업에서의 양사 시너지에 대한 방안과,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대한 협력 등 모빌리티 사업 전반의 미래 전망 및 양사 협력 방안도 폭넓게 논의하며 미래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신사업 추진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한 잇따른 화재사고에 사과하고 책임 경영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을 헬기편으로 긴급 방문해 전날 발생한 사고 현장을 살피고 경영진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구 회장은 "최근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품질 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12일에는 그룹 비상경영 조치에 따라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보고회는 구 회장 주재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들이 참여하는 전략회의로, 통상 상반기 회의는 5월에 진행해왔다. 그러나 수시로 계열사별 주요 전략방향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정례보고회가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 3월 일본으로 출국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두 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 현장 경영을 강화한다. 지난 2일 귀국한 신 회장은 2주간 자가격리를 끝내고 지난 18일 오전 서울 잠실 사무실에 출근했다. 

앞서 신 회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49제를 마친 후 지난 3월7일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을 위해 출국했다. 롯데홀딩스 업무 처리를 마친 뒤 다시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귀국을 미뤘다. 그동안 신 회장은 매주 화요일 화상회의 등을 통해 국내 경영진과 소통해왔다. 

신 회장은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해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7월 하반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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