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올해 하반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장사들의 부정적인 행위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횡령 ·배임혐의 발생' 보고서는 총 27건으로 전년동기(16건) 대비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난 상장사는 총 18개이며, 이 중 11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횡령·배임 공시 금액도 3126억4843만원으로 전년동기(1384억5849만원) 대비 약 2.25배나 늘었다.
국내 열 교환기 기업인 KIB플러그에너지는 임원들이 70억7850만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했다. 한국항공우주(203억5033만원), 남양유업(201억2223만원), 미디어젠(3억8000만원), 한미약품(80억8923만원), 비피도(80억7589만원), 대산에프앤비(38억2000만원) 등도 횡령·배임 혐의에 연루돼 공시됐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된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3% 이상)', 임원의 경우 자기자본 3%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이후에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상장폐지가 진행된다. 거래소에서 진행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정지 상태로 2~3년이 소요될 수 있는데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이 기간동안 투자자금이 묶여 피해가 발생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계엄사태로 인한 정치적 이슈와 함께, 횡령 사건들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초 횡령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본시장에서 평균 7%대의 시가총액이 감소하며, 횡령 금액이 자산총액의 10%를 초과하는 대규모 횡령사건일 경우 시가총액 감소분이 평균 16%에 육박한다"며 "(횡령·배임은) 상장사의 경우 피해로 인한 직접적 손실뿐만 아니라, 평판 저하로 단기에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주가 하락을 경험해 다수 이해관계자의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자금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2019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검사를 받고, 1000억원 이하의 경우 검토를 인증 받아야 한다.
또 2025사업연도부터 상장회사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대형 비상장회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에 횡령 등 자금 부정을 예방·적발하기 위한 활동을 기재하도록 했다. 다만 시장관계자들은 이같은 내부통제 뿐만 아니라 외부 규제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횡령·배임 등 위반 동기를 원칙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형량의 현실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액의 횡령범죄에 대해 적절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해외 입법례 등을 참고해 양형기준을 보다 세분화해 계량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