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식품 수출액 역대 최대···라면 최초 '10억 달러 클럽' 진입 성공
식품업계, 지역별 선호 제품 현지 공략···글로벌 제품 생산시설 증설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원재료·인건비·제반 비용 상승 여파로 도미노 가격인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환율로 인한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며 원가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입 재료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수 부진 속에서도 식품업계 K 푸드를 앞세우며 견고한 글로벌 수출 실적을 올리기에 나섰다.
◇식품업계 원재료·인건비 상승에 도미노 가격인상 단행
식품업계는 이상 기온에 따른 '기후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해외 수입이 필수인 코코아와 원두가격이 줄줄이 올르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초콜릿의 원조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t(톤)당 1만2107달러(약 1757만원)로 전달보다 41.4% 올랐다. 이는 연초 대비 183.2% 상승한 것이다. 이상 기후 영향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인스턴트 커피 등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커피 역시 t당 5046달러(약 732만원)로 한 달 전, 연초와 비교해 각각 8.4%, 67.6% 올랐다.
코코아와 원두 가격이 급등하자 이미 주요 기업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오리온은 초코송이,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경쟁사인 해태제과 역시 초콜릿 비중이 높은 포키·홈런볼·자유시간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지난 6월에는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린 바 있다.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 권장소비자가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약 16.67% 올렸다.
커피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 등의 가격을 올렸다. 커피믹스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로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테이크아웃을 겨냥한 저가커피 브랜드도 올해 각 음료마다 적게는 200원, 많게는 1000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내수 부진 속 글로벌 성과 거둬···CJ제일제당·농심 해외 생산시설 증설
올해 국내 식품업체들은 경직된 국내 내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 메우고 있다. 특히 K푸드를 내세워 식품 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판로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90억5000만달러(한화 약 13조40억원)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이는 역대 11월 말 기준 최대치로 농식품 수출액도 15개월 연속 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상위 품목으로는 라면·과자류·음료·쌀 가공식품 등으로 모두 11월 말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라면 카테고리의 경우 11억38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초로 10억달러 입성에 성공했다. 과자류는 7억600만달러, 음료는 6억900만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16.5%, 14.9% 수출액이 증가했다.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은 미국·중국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하면서 전년 대비 39.3% 성장한 2억75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수출시장별로는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1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도 전년보다 7% 증가한 1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실적도 선방하며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을 가속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사업에서는 K-푸드 신영토 확장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집중적으로 사업을 확장중인 유럽에서는 매출이 올해 3분기 기준 전년비 40% 증가했다. 또 다른 신성장 지역인 오세아니아 매출도 24% 늘었다. 북미에서는 주력제품인 만두 매출이 14%, 피자가 11% 증가하며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1월~9월 비비고 만두의 북미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33%로, 같은 기간 미국 전체 B2C 만두 시장의 성장률(15%) 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내년에는 유럽, 오세아니아 등 신성장 지역의 사업을 대형화한다. 또한 핵심 국가인 미국에서는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메 소바바치킨, 비비고 통새우만두 등과 같은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가공식품 수요를 확대하는 하고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공장을 통해 연간 30% 이상 성장 중인 유럽 만두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향후 헝가리를 거점으로 인근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 및 발칸반도 지역으로 진출해 유럽 사업 대형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자회사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Sioux Falls)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약 7000억원의 초기 투자금액으로 축구장 80개 규모(57만 5000㎡)의 부지에 건설된다. 완공 시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농심은 지난 10월 2022년 5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의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번 라인 증설은 현지 용기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농심 미국법인 용기면 판매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증설을 통해 신라면, 육개장사발 등 기존 브랜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라인은 기존 원형 용기면인 큰사발면, 사발면과 함께 사각용기면도 생산이 가능하다. 라인 가동 시작으로 농심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8억5000만식에서 10억1000만식으로 약 20% 증가하게 됐다.
◇라면 양강 농심·삼양 글로벌 판로 넓혀···롯데웰푸드·오리온 제과 제품 다각화 '속도'
라면업계 양강인 농심과 삼양식품도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제 2공장 라인 증설 외에도 유럽 및 아시아 지역 공급확대를 위한 국내 수출전용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올해 안에 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볶음타입 제품 영역을 확대하는 등 시장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올해 4분기에는 신제품 및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은 신라면 툼바를 4분기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대표 수출 품목인 불닭브랜드는 올해 3분기까지 총 963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수출 비중이 77%까지 늘었다. 불닭브랜드의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4조원, 누적 판매량은 70억개에 달한다. 수출전진기지인 밀양공장과 해외법인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간다. 최근 네덜란드에 유럽판매법인을 설립해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수출 대륙별 판매 거점을 확보했고, 내년 상반기 밀양2공장 완공을 앞뒀다.
국내 제과업계 투톱인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와 오리온 역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해외 시장에서 현재 7개국에 20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벨기에, 러시아, 싱가폴, 미얀마 7개국의 해외 법인 매출액이 처음으로 8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4조66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했다.
인도 건과·빙과 두 자회사 현지법인의 생산시설 투자를 기반으로 지역 커버리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롯데 인디아 첸나이 공장에 약 300억원을 투입한 초코파이 제 3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1월에는 롯데 빼빼로 브랜드의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현지 생산을 위한 21억 루피(한화 약 330억원)의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하리아나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약 700억원을 투자한 하브모어의 새로운 빙과 생산시설 조성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은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초코파이의 해외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글로벌 매출 2조9124억원에서 초코파이 매출이 5026억원에 달해 비중이 17.3%에 달한다.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2개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초코파이 수요가 늘면서 2022년 6월부터 트베리 신공장을 가동했다.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를 통해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꼬북칩(현지명·터틀칩스TURTLE CHIPS)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9월 말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초도 물량 공급을 완료했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꼬북칩은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를 비롯해 파이브 빌로우, 미니소까지 총 2000여개 점포 입점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