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에 식품 빅5 '4조 클럽' 입성···영업이익은 '숙제'
K푸드 인기에 식품 빅5 '4조 클럽' 입성···영업이익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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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매출액 4조원 첫 합류
'3조 클럽'에 풀무원·오리온 신규 입성
내수 부진·원가 상승에 수익 방어 필요
(그래픽=박소다 기자)
(그래픽=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지난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 식품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매출 규모가 4조원을 넘는 식품회사가 4곳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5개사가 됐다. 3조원을 넘긴 곳도 1년 만에 두 곳이 늘었다. 다만, 대외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외형에 걸맞은 영업이익률을 내기에는 어려운 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업계 '4조 클럽'에 진입한 기업은 5개로 추산된다. CJ제일제당이 매출액 29조4788억원(지난해 대비 1.57%↑)으로 1위를 지켰고 △동원F&B 4조4479억원(2%↑) △대상 4조2678억원(3.9%↑) △롯데칠성음료 4조766억원(26.42%↑) △롯데웰푸드 4조747억원(1.12%↓) 등이 뒤를 이었다. 매출액이 소폭 감소한 롯데웰푸드는 해외 매출 비중이 20%대로 다른 기업들보다 적어, 내수 침체의 영향을 더 받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매출액 3조원을 넘긴 기업으로는 △오뚜기(3조5355억원) △농심(3조4752억원) △SPC삼립(3조4354억원) △풀무원(3조2144억원) △CJ프레시웨이(3조2073억원) △오리온(3조926억원) 등이 있다.

이 같은 성장은 해외 매출의 영향이 컸다. 'K콘텐츠'의 인기로 K-푸드 수출이 급증했으며, 대형 유통망 입점도 늘어났다. 특히 미국, 유럽, 중남미에서 수출액이 20%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국내 식품 수출액은 13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를 기록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품목별로 보면 △라면 △농약 △과자류 △음료 △소스류 △커피조제품 △쌀가공식품 △김치 △펫푸드 △리큐르(주류) △닭고기 △아이스크림 △유자 △포도 등 14개 품목의 수출액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최초로 4조 클럽에 입성한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후 12년이 걸려 3조원(2023년)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4조원을 달성하는 데에는 단 1년이 걸렸다. 글로벌 매출 부문이 2023년 대비 359% 증가했고, 음료 수출도 같은 기간 31% 늘었다. 또 2023년 편입한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펩시'의 실적이 매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필리핀펩시는 필리핀 음료업계 2위 기업으로, 연간 매출이 약 1조원에 이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 26%에 이르는 외형 성장에 대해 "글로벌 실적이 반영된 결과"라며 "필리핀펩시 등의 해외 매출이 반영돼 2023년 매출액 3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 아쉽게 '3조 클럽'에 들지 못했던 풀무원과 오리온도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3조원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풀무원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누적 해외 지역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현재 풀무원은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 총 4개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해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의 매출액이 같은 기간 33.3% 증가했다. 기존에 한식에 관심이 높았던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풀무원의 주력 품목인 두부와 면 등의 약진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두부 시장의 67%를 풀무원이 점유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외 매출 확장 외에도 국내에서는 '풀무원 푸드앤컬처' 등 위탁 급식 사업의 매출이 늘었고, 이처럼 국내외 실적 모두 성장세에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은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지난해 3분기 기준)에 이른다. 매출액이 가장 큰 중국에서는 지난해 200억원을 투입해 감자 스낵 원료 생산 신규 라인을 설치했으며, 러시아에서는 초코파이 생산 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확대했다. 증권업계는 오리온의 4분기 중국과 러시아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32%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글로벌 누적 매출 약 5000억원을 기록 중인 '꼬북칩'은 미국, 호주, 캐나다에 이어 지난해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코스트코 매장 31곳에 물량을 공급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정확한 실적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라면서도 "올해도 성장 채널인 간식점, 창고형 매장 전용 제품 공급을 늘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식품 기업들이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올해도 외형을 키울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 방어는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가공 식품에 주로 쓰이는 초콜릿, 밀가루, 설탕 등 원자재는 대부분 수입품인데, 원화 가치가 하락해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3조원 이상인 식품 기업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 5% 이상인 곳은 △오리온(17.60%) △오뚜기(7.5%) △농심(5.49%) △롯데칠성음료(5.13%) △CJ제일제당(5.30%) 5곳이며, 나머지 기업들은 2~4%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에 따라 글로벌 판매를 늘리고, 국내에서는 부진한 사업 정리, 제품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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