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 4000억원, 국내 앞질러
패션 사업 포함 기타 매출 하락세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을 기록, 3위 사업자(매출 기준)인 애경산업을 넘어서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화장품·뷰티 부문과 뷰티 디바이스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다.
다만, 패션 사업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널디'의 경우 매출이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패션 보다는 뷰티 쪽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8.0% 상승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27억원으로 17.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74억원 기록한 애경산업을 뛰어넘는 수치다.
에이피알은 화장품·뷰티 부문과 뷰티 디바이스 부문 모두에서 매출 성장을 이뤘고, 그 중 해외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에이피알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 10개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에 집중한 결과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도 50%를 넘어섰다.
또한,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와 에이프릴스킨 화장품 총 22종과 '부스터 프로'의 유럽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국을 비롯해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 현지 유통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해 왔으며, 올해는 동유럽과 북유럽에 거점을 둔 유통사와의 추가 계약을 통해 판매처를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준공한 '에이피알팩토리 제3캠퍼스'에서 올해 초부터 연어나 송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성분인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와 폴리뉴클레오티드(PN) 원료 시생산을 시작했다. 에이피알은 시생산을 거쳐 올해 1분기 중 소재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최대 약 125㎏의 원료와 360t 규모의 PDRN·PN 함유 화장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의 동시 성과를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외형 성장을 통해 조 단위 매출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에이피알은 승승장구하는 뷰티 사업과는 다르게 패션 사업에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타 사업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패션 브랜드 '널디'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2017년 출시된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는 첫 해 5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후, 가수 아이유 등이 착용하고, 2021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협찬, 브랜드 모델로 가수 태연을 발탁하는 등 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1010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태연과 계약 종료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매장수도 당초 계획인 100개에서 반토막난 50개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패션이 포함된 기타 사업 매출은 △2022년 1010억원 △2023년 933억원 △2024년 716억원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에이피알은 널디의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달 2025년 SS 시즌 전체 컬렉션과 룩북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스포템포러리(Sportemporary)'라는 키워드를 통해 스포티한 비주얼과 컨템포러리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다시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한 기존 콘셉트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 매출 비중에서 기타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뷰티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널디는 2024년 하반기에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을 재해석한 '트랙 수트'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올해도 리브랜딩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포토그레이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