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 非서울대·내부출신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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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전무'…전방위 '학벌파괴'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서미선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학벌파괴'를 외치며 고졸 신입행원 채용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출신 일색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다양한 학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주로 서울대 졸업 이후 행정고시를 통과한 관(官) 출신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조직 이해도 및 장악력 측면에서 뛰어난 내부출신 인사가 선호된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동대·성대·외대 등 '脫 서울대' 뚜렷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주요 시중은행과 씨티, SC 등 외국계은행 가운데 지난 2001년부터 무려 4연임에 성공한 하영구 씨티은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非)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국민, 기업은행 등은 과거 서울대 출신이나 관 출신 인사가 주로 은행장을 맡았지만 현재 은행장에는 동국대, 성균관대, 외국어대 등 비서울대·내부출신들이 포진돼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말 내부 공채 출신인 조준희 행장을 선임하면서 금융권 안팎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대 주주인 국책은행에 내부 출신 인사가 최초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업은행의 경우 총 21명의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8명이다. 이 가운데 11대 행장(1981년)부터 19대 행장(2004년)까지는 두 은행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서울대 출신이다. 기간으로 따질 경우 무려 20년 간 서울대 출신이 기업은행장을 지낸 셈이다.

하지만 직전 기업은행장을 지낸 윤용로 現 외환은행장과 조준희 행장은 한국외국어대 출신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에서 기업은행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 서울대 출신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실제 서울대 출신 기업은행장들은 상공부, 재무부,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등 대부분 정부 기관 출신이다.

◇高大 뜨고 延大 지고...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한일은행과 한국상업은행 합병 전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이 주류였다.

합병 전 1990년대 한일은행장을 지낸 이관우 전 행장과 상업은행장을 지낸 배찬병 씨 역시 연세대 출신이다. 

합병 후에는 서울대·상업은행 출신인 김진만 한빛은행장이 역임한 후 이덕훈과 박해춘 전 행장이 각각 서강대와 연세대 출신, 타 금융사 출신이다. 2004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황영기 행장도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이었으나 외부인사이다.

하지만 이후 이종휘 전 행장과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은 각각 서울대·한일은행과 성균관대·상업은행 출신으로 조직 이해도와 통솔력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은 동국대 출신으로, 지난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국민은행 지점장부터 본부장,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특히, 민 행장은 2001년 옛 주택은행 합병 이후로는 첫 내부출신 행장이다.

국민은행장도 지난 2000년대 초 주택은행과의 합병 전부터 관 출신이나 외부출신이 주류였다. 김상훈 전 행장은 서울대를 나와 은행감독원 국장,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으며, 김정태 주택은행장 역시 서울대 출신으로 대신증권, 동원증권 임원을 지낸 외부인사다.

2004년 취임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영국 법학대학 출신으로 서울은행장을 거쳐 세계은행 고문을 거쳐 법무법인 김&장 고문을 역임한 외부출신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금융지주 '4대천왕'에 뒤늦게 합류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서울대)를 제외하고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모두 고대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금융권 '고대천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내부출신 CEO 조직안정 기여

지난 1971년 한국투자금융이 전신인 하나은행은 성과를 우선시 하는 조직문화로 서울대와 비서울대 출신이 다양한 편이다. 먼저 지난 1991년 하나은행 초대 행장을 지낸 윤병철 전 행장은 1937년생으로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지난 2005년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김승유 현 하나금융 회장 역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한국투자금융을 거쳐 하나은행에서만 무려 40년간 근무해오며 하나은행의 '산역사'로 정평나 있다.

이후 2005년부터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김종열 현 하나금융 사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김 사장 역시 지난 1978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인사부장, 지점장, 부행장, 은행장 등을 거치며 그룹내 '빅3'로 올라섰다.

김정태 현 하나은행장은 성균관대 출신이다. 지난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이후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김 행장은 영업부문에서 잔뼈가 굵고, 조직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아 최근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내정됐다.

아울러 내달 초 농협금융지주로 출범하는 농협 역시 농협중앙회 시절부터 닦아온 금융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신충식 전 전무에게 농협금융지주 대표를 맡겼다. 농협은 당초 금융지주에 출자되는 정부 지분을 반영해 고위 관료 출신을 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여론이 일면서 폐기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서울대·관출신 인사가 은행 CEO로 내려올 때에는 조직정체성을 잘못 이해하거나 혁신만을 무리하게 추구하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면서 "반면 내부출신은 조직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우선하고 장기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지배구조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조직 내 몸담은 내부출신 CEO는 이사회 멤버들과의 유착관계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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