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 일일 운전자보험 출시 '머뭇'…왜?
손보사들, 일일 운전자보험 출시 '머뭇'…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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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을 것"…소수권익 외면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감원이 발표한 일일 자동차보험 판매 예정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손보사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주된 요인이지만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의 권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6일 "부모·친구 등 다른 사람 차를 빌려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를 보상하는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에 각 손해보험사가 출시할 예정이며, 보험료는 하루 3000~5000원 정도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일일 단위로 가입이 가능해 실제 운전하는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차량 소유자가 운전자 확대 특약을 들면 다른 사람이 운전하게 할 수는 있지만 특약을 든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를 낼 경우 보상은 받더라도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이 자동차 소유자에게 전가돼 보험료가 오르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차량이 없어 남의 차를 빌려타는 젊은 층 등을 위해 일일 자동차보험을 개발하도록 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손보업계 내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짧은 기간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부모 외의 남에게 차를 빌리는 사람은 드물다"며 "게다가 운전을 조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과 하루, 이틀 동안 사고가 나겠냐는 안일함 때문에 소비자 니즈가 없어 실적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손보사들은 이와 유사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려 했지만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일례로 동부화재는 자기차량이 없는 사람도 가입해 1년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프리드라이브보험'이라는 상품을 판매 중이지만 가입건수가 거의 없다. 비슷한 개념의 운전자확대특약도 가입건수가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운전자확대특약의 경우 휴가철이나 명절 기간에 주로 많이 가입한다"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단기간 운전하려고 가입하려 하는 사람도 적어 휴가철 이외에 가입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현재 더케이손보 외에 상품개발단계에 들어간 손보사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보험사들이 일본에 출시된 유사 상품 도입을 검토했다가 실익이 없어 철회하기도 한 만큼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도 "일일 자동차보험의 경우 개발단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검토는 하고 있다"며 "다른 손보사들 역시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손해율, 실효성 등의 이유로 상품개발을 꺼리고 있는 것은 소비자보다는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판단"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개발해 두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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