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증권담보대출 과열 조짐
증권사 증권담보대출 과열 조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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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년도 채 안돼 금리 절반수준 하락
“수익사업보다는 시장 경쟁 수단 변질”

최근 증권업계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증권담보대출이 시행 2년도 채 안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마다 신규시장 진출을 위해 담보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 12%에 달했던 금리가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증권담보대출이 수익과 상관없는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LG투자 대신증권이 기존의 연 8~10%대의 금리를 연 7%대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교보증권이 연 6.5%로 금리를 낮췄으며, 지난 주 하나 동양종금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저’ 수준을 표방하며 6%의 금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번 주 메리츠증권이 5.5% 수준의 증권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증권사간 금리 인하 경쟁에 대해 “지금과 같은 증시 침체기에 증권담보대출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며 “시장평균보다 다소 낮은 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이들은 “현재 조달금리 수준인 4%대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는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새로이 증권담보대출 서비스 시작하고자 하는 후발업체들의 타업체 눈치보기도 한층 바빠지고 있다. 현재 최종단계에서 증권담보대출업무를 검토 중인 우리증권의 경우 애초 연7~8%로 결정했던 금리 수준을 최근 6~8%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런 증권사들간 대출금리 인하 경쟁과 대출업무확대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의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태로 대출금리가 계속 하락, 조달금리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수익률 측면에서 기존의 CD나 콜 등에 투자, 운용할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증권담보대출의 경우, ‘주식’이라는 담보가 지니는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기존 운용방식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증권사 고유유보자금으로 대출을 해 주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기존의 자금 운용 방식인 CD나 콜 또는 MMF에 투자한다면 현재 금리 수준으로 약 4%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이들 상품이 단기상품이라는 점을 이용, 회전율을 높인다면 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자금을 5~6% 이자수준으로 고객에게 증권담보대출을 해 주었을 경우 기존방식보다 약 1~2%의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주식이라는 담보가치의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실제 이득은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회사 유보자금이 아닌 외부 차입금을 이용, 담보대출을 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시장이 하락할수록 담보 리스크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론상으로 본다면 요즘과 같은 증시 불황에는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및 보험사와 비교, 담보대출의 시행시기와 금리인하 시점을 언급하며 “비록 한시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일찍 내렸다”며 “차후에 다시 금리를 높일 경우 고객 반발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이 처음 증권담보대출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01년 11월. 당시 업계 최초로 주식담보대출을 시작한 굿모닝신한증권은 12.1~14.4%의 대출 금리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2003년 3월 현재 대출금리는 5.5% 수준까지 하락했다. 채 2년도 안된 시간동안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증권사들의 현재 대출 금리 수준은 비슷한 성격의 은행 및 보험 상품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의 경우 6% 정도의 금리를 받고 있다. 또 보험사들의 보험만기시 수령될 해약금을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약관대출의 경우도 6.5~11%의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업계전문가는 “은행 보험과 증권사의 대출 담보가치나 리스크가 현격히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더욱 낮은 형편”이라며 “5.5% 금리 수준으로는 거의 남는 것이 없을 것이며 시장 진입을 위해 마진 부분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A증권사는 담보대출을 해주고 B증권사는 안 해준다면 고객들은 당연히 A증권사로 몰릴 것”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 증권담보대출업무는 새로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실시한다기 보다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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