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대형화만이 '能事'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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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확대 등 대안 없어...로드맵 절실

서민금융 기능은 오히려 위축 우려

 
상호저축은행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자산규모 1조원을 넘어선 저축은행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저축은행의 자산규모 확대는 금년에 더욱 빠르게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에서 많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저축은행의 규모 확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축은행의 규모 확대가 오히려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저해시키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규제완화안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그 동안 저축은행의 규모 성장에 제약 요건 중 하나로 지목되던 동일인여신 한도에 대한 규정이 최대 80억원에서 자기자본의 20%까지로 확대됐다. 또 여신영업의 활성화를 위해 여신출장소의 설립도 허용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 간 M&A를 활발하게 만드는 쪽으로 감독 규정을 변경하고 있다. 그 동안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발행주식의 15%까지만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저축은행 감독규정 변경 안에 따르면 주식 매입 후 연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7% 이상만 되면 발행 주식 전체도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저축은행들이 금년에 M&A를 통한 대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보의 자회사인 예가람저축은행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부산의 고려저축은행이 선정돼 있는 상태다. 최종 인수가 확정되면 고려저축은행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저축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예비인수협상자로 선정된 부산저축은행은 수도권 진출이 좌절됐지만, 지속적인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의 대형 A저축은행은 현재 부산지역의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또 다른 대형사인 B저축은행도 경상도의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동부저축은행도 지속적으로 M&A 등을 통해 영업구역 확대를 추진하는 등 특히 수도권의 중·대형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위한 M&A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M&A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여수신의 활성화를 통한 자산규모 확대 전략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중견 저축은행인 민국저축은행의 경우 현재 1,500억원 규모인 총자산을 금년에는 2,500억원으로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며, 동부저축은행도 자산규모를 1조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중·소형사들은 규모 확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축은행의 규모 확대 전략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모 확대에 따른 메리트가 별로 없고, 오히려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총자산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나타나고 있지만, 총자산 규모가 200억원대에 불과한 저축은행도 있다. 전국 111개 저축은행이 천차만별의 규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저축은행의 업무는 동일하다. 자산 규모에 따른 업무 차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따라서 당국이 대형화를 유도하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차별화가 없는 상황에서 규모 확대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업계의 중론이다.

한 중견 저축은행의 대표이사는 “어느 정도 규모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키워야 하는가는 의문”이라며 “당국의 정확한 로드맵 없이 규모만 확대하는 것은 저축은행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는 만큼, 대형화에 따른 업무 확대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총자산 1조5,000억원 이상이면 펀드판매 허용, 2조원 이상이면 자기앞수표 발행 허용, 3조원 이상이면 지방은행 전환 허용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근책 없이 규모만 확대하라는 정책을 펼칠 경우 저축은행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인 ‘서민금융’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액대출 등은 규모에 비해 손이 많이 들어가 관리가 쉽지 않다. 따라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액이 큰 대출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어진다.

저축은행법 1조에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라는 말이 있는데, ‘서민’이란 말을 법에 직접 표현한 것은 저축은행법이 유일하다.

저축은행의 대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본연의 서민금융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도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저축은행의 대형화 추진과 함께, 대형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역할을 달리할 수 있는 ‘저축은행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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