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계은행의 철수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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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지도 10여년이 흘렀다. 이들 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진금융기법 전수'를 앞세워 국내시장에 진입했지만 성장은 커녕 툭하면 터지는 한국 철수설에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국내 외국계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대표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11월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국내에 진출했다. 특히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사며 이례적으로 법인 형태로 진출했다. 1년 뒤 2005년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제일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매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이들 은행들은, 안팎의 기대와 달리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을 반복했다.  고액배당에 따른 국부유출, 높은 수수료율, 소극적인 사회공헌활동, 툭하면 불거지는 노사갈등에 이어 최근 고객정보 유출사고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반복되는 논란 속에 외국계은행의 입지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악화되는 수익성 때문에 최근에는 영업점 규모에서 지방은행에까지 밀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실적악화를 이유로 지점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여온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은행에게 한국 철수설은 이미 꼬리표가 돼버린지 오래다. 반복되는 철수설에 은행 측은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경영여건 개선을 전제로 한 계획일 뿐, 한국시장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특히 최근 지점 폐쇄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하영구 행장의 경우 지난해 연봉만 29억원을 받는 등 실적과 비교해 처우가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금융권 최고 수익을 거뒀던 신한금융지주 및 신한은행 CEO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근 하 행장은 노조와의 임단협 도중에 정기모임 참석을 이유로 뉴욕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노사 갈등만 키우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하 행장의 가장 시급한 책무는 하루라도 빨리 내부갈등을 봉합하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새로 취임한 아제이 칸왈 한국SC은행장 역시 "철수는 절대 없다"는 말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열마디 말보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이 '철수설 리스크'를 해소하는 지름길 임을 인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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