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형 증권사는 내논 자식?
[기자수첩] 중소형 증권사는 내논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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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번번이 대형사만 챙기니 이제는 포기하고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는 (당국 입장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느낌밖에 안듭니다"

이번에 발표된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포함해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놓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전일 발표된 금융규제 개혁방안 가운데, 증권사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형투자은행(IB)에 일반 및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각각 자기자본의 100%까지 허용한 부분이다. 이로써 이른바 '빅 5'로 불리는 대형 증권사 5곳은 운신의 폭이 더욱 커진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숨 쉴 구멍은 더욱 쪼그라든 모습이다.

사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대형사 위주의 정책 방향은 최근 수년간 지속돼 왔다. 지난 4월 당국이 발표한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방안을 놓고도 '대형사 밀어주기' 논란이 나온 바 있다. 실제 당국이 발표한 새로운 NCR을 적용하면 대형사들은 476%에서 1140%로 늘어나는 반면 소형 증권사는 614%에서 181%로 크게 줄어드는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애당초 대형 IB 인가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중소형사들은 결국 대형사들만 진입할 수 있는 신시장을 열어주는 차별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했고,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도 형평성 문제로 고민해야 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대형사 '편애'는 최근 증권업황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11년 만에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 ROE도 0.8%에 불과해 극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에 금융당국이 고안해낸 방안이 대형사 위주의 시장재편이며, 동일한 맥락에서 대형사에 혜택을 몰아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정책방향이 대형사 위주로 흘러가면서 중소형사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자율경쟁 원칙이 점차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형사들은 '일단 몸집만 불려놓자'는 식의 인식이 확산되고, 중소형사들 사이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 식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팽배해진다면 고객서비스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당국 입장에서는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재편에 속도가 붙지 않아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 매물로 나온 일부 증권사조차 매각이 쉽지 않아 당장 시장재편으로 이어질 확률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대형사에 일방적으로 혜택을 몰아주는 방안들이 뚜렷한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단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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