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동發 리스크에 '골머리'
건설업계, 중동發 리스크에 '골머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의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처의 대금지급 지연으로 착공 1년여 만에 사실상 중단됐다.

이 공사는 현대건설이 국내 3개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4년 2월에 이라크 석유부 산하 석유프로젝트공사(SCOP)로부터 60억4000만달러(약 7조1000억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 당시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플랜트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4월 착공해 공정이 22% 가량 진행됐지만 이라크 정부가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 현대건설은 최근 이라크 정부에 대금을 받으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슬로우 다운'을 통보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를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니고 현지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원유로 받는 방안을 포함해 공사대금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 정부 수입의 95%를 차지하는 석유수출이 저유가에 타격을 입은데다 IS와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난에 빠진 이라크에 5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라크에서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한화건설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 5월 80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21억달러 규모의 신도시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추가 수주해 누적 수주액 101억달러(약 1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현재 공정률은 27.6%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이라크 정부 예산에서 총 3억7600만달러(약 4400억원)를 수령한데 이어 올해 초에도 건설공사 대금(기성금) 1억6600억달러(약 2000억원)를 수령했다. 하지만 한화건설의 미청구공사액 7358억원 중 이 사업의 미청구공사액만 3708억원(50.4%)에 달한다.

사실 이라크 외에도 중동 주요 국가들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사우디에서는 일부 건설사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이 6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지급 대금 규모는 약 600억달러에 달한다.

UAE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타그리어(TAKREER)가 발주한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중질유 처리시설(Process Offshore Crude·POC)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POC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1월 GS건설이 선정됐으나 발주처의 공사비 삭감 요구로 아직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중동 국가의 재정 악화에 직면해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이 대금 회수에 실패할 수도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