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위 25%만 선물공세"···삼성重, 인력 유출 차단 목적?
[단독] "상위 25%만 선물공세"···삼성重, 인력 유출 차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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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격려차원에서 보낸 것"
삼성중공업 대표가 보낸 비타민 선물세트와 편지. (사진=독자 제보)
삼성중공업 대표가 보낸 비타민 선물세트와 편지. (사진=독자 제보)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삼성중공업이 자사 기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평가가 우수한 일부 직원에만 선물을 돌리는 등 직원 차별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임직원 가운데 간부, 비간부 각각 상위 25%를 대상으로 편지와 함께 비타민 선물 세트를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각 부서 팀장의 승인을 거쳐 선정됐고, 그 인원은 370여 명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정 대표의 사인과 함께 '삼성중공업의 앞날을 이끌어 갈 프로님, 건강한 여름 나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회사 측은 택배를 이용해 자택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은 직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공유가 이뤄지면서 증폭됐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중공업 직원 A씨는 "이번 선물공세는 주니어들의 이탈이 심해지는 가운데 감성터치로 마음을 한번 잡아보자는 취지로 고안된 이벤트"라며 "올해 총 4회 지급계획이며 이번이 첫 시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걸 받은 사람들은 대체 이걸 왜 보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고, 설령 이런 걸로 인력 유출을 막으려고 하는거냐며 질타하고 있다"며 "비타민 따위로 노노갈등을 유발하려고 하는 속셈이고, 이게 삼성중공업 대표와 인사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사례를 인권위법 제2조 3호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이는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과에 따른 이유를 근거로 근로자를 차별 대우했다는 점에서 조사수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합리적이지 않다면 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회사 내외부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잇따른 수주랠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 91억 달러 가운데 65억 달러(51척, 71%)를 달성했지만 후판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2분기에는 7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지속되는 불황에 작년부터 3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하려고 추진해온 것으로 안다"며 "실력있는 직원들은 붙잡고 나머지는 나가도 된다는 의미 아니냐"고 꼬집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모두 힘내자는 격려차원에서 보낸거지 인력유출 막으려고 선물공세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구조조정 의혹에 대해서는 "불황이 닥치면서 매출이 절반이상 줄었지만 설비인력 등 고정비는 줄지 않아 인원적인 측면에서 상시적으로 희망퇴직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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