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DSR 2단계 시행···대출한파 속 대선 '변수'
2021년 금융권은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가계빚과 그로 인한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몸살을 앓았던 해로 정리된다. 유례없는 고강도 총량 규제에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금리를 대폭 올리거나 대출창구를 걸어 잠궜다. 한편으론 마이데이터, 플랫폼 혁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도 사활을 걸어야 했다. 금융권에는 규제와 혁신을 모두 이뤄내기 위한 숨가쁜 한 해로 기억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대 변수는 '대선'이다. 각기 다른 금융산업 발전공약과 규제공약이 혼재돼 있어 당분간 금융권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권이 맞이할 내년 주요 이슈와 올해 시장상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강도 대출총량 규제는 '대출 저승사자'로 불린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등판'과 맞물려 본격화됐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8월 31일 공식 취임한 고 위원장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총량규제(증가율 6%대 관리)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그 여파로 일부 은행들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대폭 축소해야 했다. 지난 8월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하나·우리·SC제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부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보릿고개'가 본격화된 것이다.
여기에 대출 수요를 줄이고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대출금리도 치솟았다. 총량관리의 결과로 올해 상반기 7%대까지 치솟은 가계대출은 목표치였던 6%대로 안정화됐으나 대출 중단, 금리 급등 등의 부작용에 대출자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또 전세대출자 등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 역시 적잖았다. 반면 규제 기회를 타고 금리를 올렸던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1월부터 DSR 2단계 시행···'대출한파' 이어진다
연간 대출총량 목표치가 1월 갱신되면서 닫혔던 은행 대출창구도 다시 열릴 전망이다. 이미 농협·제일은행 등이 1월부터 중단했던 대출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은행도 일부 대출상품에 대한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출 재개와 별개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대출한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올해(6%대)보다 낮은 4~5%대로 관리할 계획이어서다. 대선 이후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있으나 적어도 그 전까지 강도 높은 총량규제를 유지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내년 1월 3일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도 시행된다. DSR는 대출 심사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현미경 심사해 대출가능 금액을 줄이는 만큼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로 여겨진다.
1월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은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3단계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도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예컨대, 마이너스통장(금리 3.95%) 대출 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고, 규제지역 내 7억원짜리 아파트(LTV 40%)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으려는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연소득이 5000만원인 A씨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적용해 총 2억8000만원의 주담대(금리 3.47%·30년 만기·원리금균등분할상환)를 신청하려고 한다. 올해까지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 금액은 2억원이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이 금액이 1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줄어든다.
고강도 총량 규제에 더해 대출 가능금액 자체를 줄이는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출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선정국' 5월부터는 대출 풀린다?···실현가능성은 '글쎄'
일각에선 전방위적인 '대출 틀어막기' 분위기가 대선을 앞두고 반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대출 풀어주기'를 금융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이 후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기본대출'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서민·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업계는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나라 부채 증가속도가 유달리 가팔라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민간 가계·기업빚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의 뇌관인 민간부채가 전체 경제규모의 2.2배란 의미다. 두 후보의 공약을 실현시키려면 대규모의 재정 투입과 민간(금융회사) 지원이 필요한데, 민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풀기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 '플랫폼 경쟁시대' 열린다
은행권 플랫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빅테크·핀테크의 등장으로 '더 편안하고 재미있는 서비스'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도 전통적인 금융에서 벗어나 자체 플랫폼에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은행권의 플랫폼 혁신은 △비금융 서비스 강화 △종합자산관리 제공 등 크게 2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전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각종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정보뿐 아니라 통신, 쇼핑, 의료 등 다양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은행업을 벗어난 비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금융 외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을 모두 포섭하려는 의도다. 신한은행은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를 출시하며 배달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은행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중인 상품을 배달해주는 'My편의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도 모바일뱅킹 플랫폼에서 신차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전통적인 은행업 외 다양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은행권의 비금융서비스 출시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