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선임안 등 주요 안건 원안대로 통과
전년 2배 1600여명 참석···송곳 질의 이어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500만명이 넘는 동학개미 주주들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1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급확산세 속에서도 지난해(9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주주들이 참석해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과 이슈에 대해 송곳 질문과 지적을 쏟아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갤럭시S22의 게임 성능을 저하시키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의무화가 논란을 빚는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경계현 사장(DS부문장)과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의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와 기관투자자, 주요 경영진 등 1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 전자투표를 진행했고, 코로나19 방역 등을 고려해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했다.
의안 상정에 앞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이 나와 사업 부문별 경영현황 보고와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세트 사업을 통합해 새롭게 출범한 DX부문은 사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 시너지를 확대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로봇과 메타버스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 부회장은 고사양 게임 시 스마트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갤럭시S22의 화면 해상도 등을 강제로 저하시키는 GOS 논란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성 질의에 대해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기도 했다.
주총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내이사 선임안은 일부 주주들 반대에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괌심을 모았던 노태문 MX사업부장은 찬성률 97.96%로 가결됐다. 표결 결과 출석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는 44억329만6612주 중, 찬성 주식수는 43억1360만2631주였다. 일부 주주들은 갤럭시S22의 GOS 논란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며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해왔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경계현 DS 부문장(찬성률 86.34%)과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86.11%) 관련 안건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98.04%)도 신규 선임됐다. 국민연금(작년 말 기준 지분율 8.69%)은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경계현·박학규 후보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안,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안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각각 찬성률 69.53%, 74.46%로 가결됐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독립성 훼손 우려', '감독책임 소홀' 등을 이유로 김한조·김종훈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석좌교수,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 등도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GOS 논란과 관련, 일부 주주들의 사내이사 선임 비토(거부권) 행사는 주총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이날 현장에서 주주들은 해당 사태의 책임을 묻는 등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주들은 "노태문 MX사업부장은 GOS 논란에 대해 삼성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설명)을 주지 못했다", "GOS 사태로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 "원가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도 중요하지만 선을 넘는 과도한 원가절감은 브랜드가치나 주주 가치 제고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진 노태문 사장의 책임을 묻는 주주 의견에 대해 한 부회장은 "노태문 (사내이사) 후보는 2013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이자,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며 "MX사업부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나친 원가 절감이 최근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고객이 원하는 핵심기능 위주로 기기 사양과 프로세스 전반을 최적화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 향후에도 완성도 높은 제품 경험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주주들은 사외이사 다양화, 감사위원 자질, 주가 하락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감사위원 중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부 견제, 지적할 수 있는 회계 감사 역량을 가진 적격자인지 의문", "지난해 9만원대까지 오른 삼성전자 주가가 30% 넘게 하락했는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달라", "삼성의 주인은 주주인데 삼성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등 질의가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재무제표 및 이사 보수한도를 원안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279조6047억원, 영업이익 51조6338억원, 당기순이익 39조9074억원을 달성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액은 410억원으로 확정됐다.
현금배당은 보통주 1주당 361원, 우선주 1주당 362원으로 확정됐으며, 배당금 총액은 2조4539억여원이다. 배당금은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50% 범위 내에서 정기 배당을 초과하는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일부를 추가로 환원하기로 했다.
이번 주총장에서는 올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가 마련됐다. 행사 시작 전 여러 나라 출신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주주들께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환영 영상이 방영됐다.
또 주총장 로비에는 MZ세대 젊은 주주들의 취향을 겨냥해 '주주총회 포토존'과 삼성에 바라는 점등을 메시지로 작성해 부착하는 '응원메시지 월'도 마련됐다. 20~30대 '젊은 주주'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이벤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주주는 동학 개미들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약 504만명(2021년말 보통주 기준) 수준으로, 2020년 말의 214만명 대비 약 136%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 수원컨벤션센터 3층(3040㎡)과 1층(7877㎡)을 모두 대관해 최대한 많은 주주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주총이 열리기 엿새 전부터 매일 방역 소독을 했다.
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7명이 3곳의 건강확인소에서 의심환자를 진료하고, 발열이 의심되는 주주들은 따로 설치된 외부중계소에서 중계를 지켜보며 주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