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턱 낮췄다지만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인수위, DSR 유지 '가닥'
대출문턱 낮췄다지만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인수위, DSR 유지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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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마통한도 5000만→2억5000만 상향 조정
'DSR·연소득 대출' 규제로 저소득자 대출한파 여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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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소득이 4000만원인 직장인 A씨. A씨는 지난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1억원과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최근 은행들이 한도를 늘렸다는 소식을 듣고 마통 연장과 함께 한도를 증액할 수 있을지 문의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그러나 A씨는 한도 증액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1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에 따라 추가 대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직장인 대상 마통 한도가 1억~2억원대로 확대되고 있지만 고소득자가 아닌 A씨에게 은행 대출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한껏 풀며 대출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주 수익원인 대출부문의 성장세가 최근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시중금리 급등에 따른 고객이탈 우려가 커지자 대출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연소득 이내' 규제가 시행중인 상황에서는 대출문턱을 낮춘다고 해도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은행 앞다투어 금리 인하·대출한도 증액 나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시적으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p(포인트) 인하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p 인하했는데, 이를 추가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5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가 0.45%p 내린 연 3.56~5.06%로, 변동형 금리는 0.15%p 내린 연 3.41~4.91%로 조정된다. 전세대출 금리 하락폭은 더 크다.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태금융공사 보증) 금리는 0.25%p 내린 연 3.36~4.56%로,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는 0.55%p 내린 연 3.17~4.37%로 조정된다.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0.2%p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모든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0.1%p 내렸고, 같은 시기 카카오뱅크는 중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각각 0.5%p, 0.2%p 인하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오는 5월 말까지 신규 주택·오피스텔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대해 연 0.2%p의 특별우대금리를 운영하도록 해 금리인하 효과를 냈다.

은행들은 금리인하뿐 아니라 대출한도 증액 등을 통해서도 대출 문을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마통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000만~3억원으로 확대한다.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국민·하나은행도 마통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확대했으며 농협은행도 한도를 2억5000만원으로 확대한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1월과 2월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두 차례 올린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가계대출 자산 하락으로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데 따른 것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7438억원 줄었다. 올해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출자산이 줄어든 만큼 금리를 올려 순이자마진(NIM)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지만,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과도하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적에 따라 금리차 확대 카드를 섣불리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으로선 금리를 낮춰 고객이 자발적으로 모이도록 하는 방안이 최선인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높아서 대출수요 자체가 줄었고,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금리차를 조정하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끔 대출조건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택은 고소득자만?···저소득자 자산확대 기회 박탈 우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대출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고소득자만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1배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어서다. 소득에 따라 대출가능 금액 자체를 제한하는 DSR 규제도 저소득자의 대출혜택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앞선 A씨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A씨의 연소득(4000만원)과 보유하고 있는 총 대출(주담대 금리 3.5%·30년 거치, 마통 금리 5%)로 계산해보면 A씨의 DSR 비율은 32.22%다. A씨의 경우 총 대출이 2억원을 넘지 않아 '차주별 DSR 40%' 규제 대상자가 아님에도 연소득 제한 규제로 추가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예고했던 것처럼 연소득 제한 규제가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된다고 해도 A씨가 이후에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다. 오는 7월부터 DSR 40% 규제 적용 대상이 총 대출 1억원 이상인 차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때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1200만원이 전부다. 소득이 높지 않아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 자체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은 초기 도입 때부터 저소득자의 내집마련 기회를 과도하게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내준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지만 저소득일수록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라면 결국 정책 설계를 세밀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차기 정부에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DSR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싣는 모습이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3일 총리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DSR은 빚내는 사람들이 소득 능력을 벗어나게 되는 걸 자제시키자는 취지"라며 "상환 능력 없는 사람이 빚을 많이 지면 디폴트와 파산이 일어나 전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DSR은 완화할지, 강화 기조를 유지할지 양자택일식으로 확정된 내용이 전혀 없다"며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합리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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