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1~2년 간 고물가···미국과 상관없이 제때 금리인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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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인기 없더라도 '신호'로 기대인플레 억제"
기재위 표결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물가 안정'과 '가계 부채'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추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가감 없이 내비쳤다. 다만 미국의 가파른 긴축 움직임에 쫓길 필요는 없으며, 한국 상황에 맞게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는 등 정책 운용에 있어 정부와의 공조 의지도 피력했다.

이 후보자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이런 의지를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에는 향후 이 후보자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성에 대한 질의는 물론, 현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 재정정책과의 공조 방안 등에 대한 정책적 질의가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신중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표출했다.

◇ "금리인상 신호 통해 물가 낮추는데 노력"

이 후보자는 현 가계부채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헤쳐 나가야 할 공통 과제로 꼽았다.

먼저 이 후보자는 물가와 관련해 "물가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등 공급적 요인이 작용하는 데 더해 재정지출 확대, 방역조치 완화, 기대인플레이션 확대 등 수요측 압력도 부정할 수 없는 요인"이라면서 "한은 입장에서 (금리인상) 신호를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계속 올라갈 수 있고, 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인기는 없겠지만 물가상승 심리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신호를 통해 물가를 낮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향후 고(高)물가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후보자는 "현재의 물가 상승 문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풀려난 유동성이 미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에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물가 상승은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주거비 상승이 물가에 반영되지 않아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압력도 더욱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추후 금리인상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금리가 올라가야 한다는) 지금 기조는 맞지만, 앞으로는 성장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같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린다고 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클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빠르게 긴축 기조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간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의 경우 물가가 우리보다 2배 이상 높고, 성장률은 4% 중반까지 예상돼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성장률은 미국만큼 견실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보다 조심스럽게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금리는 역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괜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되레 금리가 역전됐을 때 환율이 절하돼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한미 간 금리 격차를 크지 않게 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가계부채, 수년간 누적된 문제···대출규제 완화 점진적으로 추진"

앞서 이 후보자가 금융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던 만큼, 부채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이 후보자의 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인식은 추가 금리인상 요건으로 읽힌다.

이 후보자는 "현재 상황은 가계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구별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 부채 누증 문제는 부동산을 비롯해 청년층 소득 등과 연결돼 우리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1~2년 간 문제가 아닌, 7~8여년동안 꾸준히 상승해 와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됐고, 이제는 종합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가계 부채는) 이미 상당 수준 올라섰기 때문에 지금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금리를 네 차례 올렸는데 지난해 12월 이후로 가계 부채는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현재는 정체 중이다. 금리인상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고통스럽겠지만, 이에 따라 가계부채 상승률은 향후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발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정책은 먼저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모든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하게 되면 물가와 거시경제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출 규제 완화는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와의 적극적인 정책 공조도 약속했다. 이 후보자는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리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범정부 TF를 만들어 규제 및 통화·재정, 취약계층 지원 등을 아우르는 종합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추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시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별적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시적 지원은 불가피한 것이나, 총량이 매우 커서 거시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준다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은도 관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향후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간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측면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도 낮아지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령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인지는 너무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구조로 가지 않게 구조적 문제를 미리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표결 없이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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